나를 위로하다 422 가을 음악
가을에 귀 기울이다
한낮 햇살은 뜨겁지만
아침저녁 스치는 바람은 쌀쌀합니다
가끔 바람맞으러 가던 한강공원도
이제는 부분 접근 금지구역이 되어
창문 하나가 살며시 닫힌 느낌입니다
그래도 마음의 창문이라는 눈을 뜨면
파란 하늘이 조금씩 높아진 듯하고
영혼의 창문 같은 귀를 기울이면
아주 좋은 소식은 아니더라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소소한 소식들이
들려올 것만 같은 가을입니다
얼마나 다행인가요? 닫혀 있지만
그래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눈 시리게 파란 하늘 바라보며
가을의 쌀쌀함을 머금은 공기도 마셔보고
마음의 울적함을 달래줄 음악도 들어가며
향기로운 커피 한 잔 마실 때는
낮고 부드러운 첼로 소리가 어울릴 듯해요
은은한 나무의 향기를 안고
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
손끝으로 나뭇결을 쓰다듬는 듯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어떨까요?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독주 악기를 위한 작품 중 빼어난 곡이랍니다
첼로로 연주할 수 있는 다채로운 기교와
깊고 풍부한 감정의 울림이 담겨 있어
다양한 악기로 연주하기도 한다는데요
선율 악기라면 함께 해야 할
반주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고요
반주 악기가 따로 없으니 첼로 혼자
선율과 반주를 동시에 연주해야 하니까
주법상 어려움이 많은 건 당연하겠죠
그래서 이 곡이 첼로 연주곡으로는
가장 어려운 곡으로 꼽힌답니다
파블로 카잘스는
96세에 저 하늘의 별이 될 때까지
매일 이 곡을 연습했다고 합니다
이 모음곡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카잘스가
아버지와 함께 처음 성인용 첼로를 사기 위해 들른 바르셀로나 악기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니
카잘스의 인생곡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카잘스에게 새로운 우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주었다고 해요
'이 곡이 바흐 음악의 정수이며
바흐야말로 음악의 정수'라고 그는 말했답니다
들어보실래요?
가만 귀 기울여 들어보면
나직한 가을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쌀쌀함 속에 따스함이 깃들어 있는
가을의 얼굴이 문득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