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42 쇼팽의 야상곡

영화 피아니스트

by eunring

유대계 피아니스트 슈필만의

영화 같은 인생을 그린 영화

'피아니스트'의 시작은

쇼팽의 녹턴 20번입니다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평온한 일상의 풍경이 그려지다가

피아니스트 슈필만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참혹한 전쟁의 아픔을 겪으며

처절하게 살아남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슈필만을 연기한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는

영화를 위해 피아노를 배웠다고 해요

영화 '피아니스트'는 전쟁의 절망을 겪는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슈필만의 실화와

쇼팽의 섬세한 슬픔이 아롱진 음악이

맞춤옷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집니다


라디오 부스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다가

느닷없이 폭격을 당한 피아니스트 슈필만은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유대인의 참혹한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가족들을 잃고 유대인 학살을 피해

혼자 남게 된 슈필만은 끝까지 살아남아

다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게 되죠


숨어 다니던 중 만난 독일군 장교가

누구냐고 묻자 피아니스트라고 대답하고

연주해보라는 말에 더듬거리듯 쇼팽을 연주하는

그의 낡은 옷소매와 피아노 선율이

살아남기 위한 그의 아픔을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피아니스트라면 손가락으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고요

녹턴을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고 할 만큼

서정적이고 풍부한 감정을 담았다고 합니다


말이 쉽죠 손가락으로 노래를 하라니

그렇게 어려운 주문을 하시다니요

하긴 피아노로 시를 쓰신 분이니

손가락 노래도 물론 가능하시겠죠


그러나 어렵습니다

피아노 소리의 동글동글한 울림이 좋아서

피아노를 아주 조금 배워보기는 했지만

악보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손가락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건반과 건반 사이가 너무 멀고 아득했었죠


그런데요

'그 누구도 쇼팽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연주해 낼 수 없다'라고 말한

비평가도 있다고 합니다

쇼팽은 커다란 콘서트홀에서 연주하기보다

작고 아늑한 공간에서 연주하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음악적인 대화를 즐겼다고 해요


그의 연주는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제대로 들을 수 없을 만큼 소리가 작았지만

섬세한 만큼 울림이 크고 깊숙해서

오히려 감동적이었답니다


들꽃 몇 송이 유리컵에 꽂아두고

영화 '피아니스트'의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가을 향기 그윽한 쇼팽의 녹턴을 들으며

계절의 쌀쌀함을 누려봅니다


가을과 쇼팽은 닮았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더 사랑스럽고 애틋하여

잔잔히 물들어가는 가랑잎 하나 같아요


가을과 녹턴은 잘 어울립니다

감성 충만한 바람의 선물과도 같이

마음 안에서 살랑입니다


피아니스트 슈필만이

전쟁의 참혹함을 견뎌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앉듯이

우리의 일상도 그렇게 돌아오기를

쇼팽의 녹턴을 들으며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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