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55 딸바보 아빠를 만나다

영화 당갈

by eunring

나는 아버지를 좋아하는 딸이었다

지금은 아버지를 가끔씩 그리워한다

아버지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시는 길에

철없이 어린 내가 아픈 아버지에게

영화를 보여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쌀쌀한 가을날 문득 생각난다


그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눈살을 찌푸리셨다

늘 다정하게 웃으시던 딸바보 아버지가

처음으로 소리도 없이 화를 내셨다

아주 잠깐 눈살을 찌푸리시던 아버지


어리고 철없던 나는 아버지가 야속했는데

나중에 알았다 아버지는 그날 많이 아팠고

철없이 영화를 보여달라는 어린 딸에게

화를 내신 것이 아니고 아픔을 참을 수 없어

순간 찡그리셨다는 것을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 켠이 쓰라리다

아버지가 흉터 생기지 말라고

동글동글 발라주시던 빨간약은

아픈 마음에는 바를 수도 없으니

가을의 쓸쓸함이 더욱 깊어진다


얼마 전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인도 영화 '당갈'을 만났다

당갈이라는 제목이 낯설었는데

인도의 레슬링 대회장을 말하는 거였다


레슬링에는 별 흥미가 없었지만

인도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에 젖어들어

음악에 귀 기울이며 몰입하다 보니

두 시간 반이 훌쩍 넘는

제법 긴 러닝 타임이 금방 지나갔다


마하비르 싱 포갓이라는 레슬링 선수가

두 딸을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로 키워내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미와 감동과 눈물을

종합 쿠키세트처럼 건네주는 영화였다

기분 좋은 에너지 넘치는 배우

아미르 칸의 매력도 엄지 척이다


아버지의 사랑보다는 양성 평등에

무게가 실린 영화였지만

내 눈에는 딸바보 아버지로 보였고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별나라 아버지가 바로 내 곁에서

다정하게 나를 지켜보시는 듯했다


전직 레슬링 선수였던 아버지

아미르 칸의 좌절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족이 함께 꿈을 향하여 발돋움하고

꿈을 이루며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모습이

눈물겹게 사랑스러운 영화 '당갈'

시간 날 때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다 454 책과 커피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