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60 분꽃은 겁쟁이래요
겁쟁이 사진이랍니다
분꽃은 겁쟁이래요
꽃말이 그렇답니다 수줍은 겁쟁이에
소심하고 내성적이라는 꽃말을 가진 분꽃은
철부지 어릴 적 울 할머니 꽃밭에 피어나
낮에는 수줍게 꽃잎을 닫고 있다가
저녁밥 지을 무렵이 되면
활짝 웃으며 피어나던
추억의 저녁밥꽃입니다
아침에 피었다 일찍 지는
나팔꽃이랑 바통 주고받으며
사이좋게 교대라도 하듯이
오후 네 시가 지날 무렵 피어나는 꽃이라
영어로는 네시 꽃이랍니다
네 시에 꽃단장하고 피어나는 분꽃은
어린 왕자를 만나러 피어나는 걸까요?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할 거라고
어린 왕자가 말했거든요
분꽃이라는 이름도 재미나요
옛날에는 얼굴에 곱게 바르는 분이 귀해서
분꽃의 까망 씨앗 속 하얀 가루를 얼굴에 발라
분단장을 했다고 합니다
먼 기억 속에서 소꿉놀이할 때
분꽃 씨앗을 으깨서 하얀 분을 바르고
엄마 흉내를 내며 놀던 장면도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사랑 친구님이 보내준 한 장의 사진
둑방 산책길에서 만난 분꽃 사진 속에는
진분홍 꽃과 노랑꽃이 사이좋게 피어나고
딸기 아이스크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섞은
혼합 아이스크림 같은 꽃송이도 보입니다
올망졸망 예쁘고 사랑스러운 분꽃 사진 덕분에
오늘 밤 꿈길에는 할머니의 꽃밭에서
철부지 소녀가 되어 분꽃처럼
수줍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