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463 '미 비포 유'
사랑녀와 까칠남의 영화
사랑스러운 여자와 까칠한 남자
두 사람의 사랑은 슬프지만 예쁘다
이마에 못생긴 주름을 잡아가며
온 얼굴로 웃는 여자 루이자와
입으로는 웃어도 눈은 울고 있는 남자 윌
두 사람의 이별은 아픈 만큼 사랑스럽다
슬프면서 예쁘고 아픈 만큼 달달한
영화 '미 비포 유'는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가을의 옷처럼 잘 어울린다
사랑 영화이면서 죽음에 관한 영화이고
꿈과 인생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단 한순간이라도 기쁘고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귀여운 여자와 멋진 남자의 이별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숨만 쉰다는
까칠남 윌의 6개월 임시 간병인으로
면접을 보러 온 천진난만한 루이자는
인생의 목표가 뭐냐는 윌의 엄마
트레이너 부인의 물음에 버벅대다가
뭐든 빨리 배운다며 웃는다
맛있는 차 한 잔이면 뭐든 해결된다는
엉뚱하고 발랄한 대답처럼 그녀는 튄다
러블리하고 파격적인 그녀의 신발들처럼
유쾌하고 로맨틱하다
2년 전 사고로 척수가 손상된 윌은
회복 불가능한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다
와우 잘 생겼다 생각한 것이 민망해질 만큼
이상한 표정과 까칠한 소리로 루이자를 맞이하는
그는 이미 존엄사를 마음에 품고 있다
아름답고 고즈넉한 트레이너가의 성에서
수다쟁이 그녀가 수다를 금지당하며
쏟아지는 바람과 햇살의 눈부신 쓸쓸함 속에서 10일을 100년인 듯 견디는데
윌에게 다가서기 위한 그녀의 엉뚱한 노력에
윌도 조금씩 입을 열고 마음을 열어간다
바람 부는 유리창에 비치는 그의 모습
비 오는 유리창에 비치는 그의 얼굴이
쓸쓸해서 안타깝고 잘생김마저도 안쓰럽다
함께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며
까칠한 남자 윌이 드디어 웃기 시작한다
눈 내리는 모습이 아름답고 포근한 밤
오한에 시달리는 윌을 돌보던 그녀에게
한 번뿐인 인생 최대한 충만하게 살라고
삶의 지평을 넓히라고 윌은 조언한다
루이자는 조심스럽게 윌의 면도를 해주는데
표정까지도 아름다워서 감미롭다
그의 마음을 바꾸어보려고
행복한 계획들을 세운 그녀는
모차르트 콘서트를 다녀온 후에는
'빨간 드레스 입은 여자와
콘서트에 다녀온 남자로 조금 더 있고 싶다'는
그의 고백을 듣고 행복해하며
그녀가 어릴 적에 좋아했던
노랑과 검정 줄무늬의 꿀벌 타이즈도
생일 선물로 받으며 즐거워한다
윌의 전 애인 앨리사의 결혼식에서
휠체어에 올라앉은 루이자에게
아침에 눈 뜨고 싶은 이유는 당신뿐이라고
고백하는 그의 눈빛은 애틋하지만
그들의 이별은 예정되어 있다
폐렴에서 회복된 윌과 함께 여행하면서
그의 계획을 돌려보려 애쓰는 루이자에게
뜨겁게 살아왔고 인생을 사랑한 윌은
고통뿐인 삶과 멈추지 않는 피로감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며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와의 이별 후
줄무늬 타이즈를 당당하게 신으라며
자신의 인생을 살라는 그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
그녀는 파리의 노천카페에서 씩씩하게 일어선다
'루이자 당신은 내 심장에 새겨져 있어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사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나에게 걸어 들어오던 그 순간부터 쭉~
당신의 엉뚱한 우스갯소리와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정까지도~
내 생각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슬퍼지는 건 싫으니까
그냥 잘 살아요
매 순간 내가 당신과 함께 할게요'
그녀에게 사랑과 자유를 선물하고
고통의 생을 마감한 그를 심장으로 기억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그녀의 줄무늬 타이즈가
슬프고도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