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02 웃지 않는 가족사진
영화 와일드라이프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와일드라이프'
뷰티플 라이프가 아니라서
계속 보게 된 영화 '와일드라이프'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픔과 혼란을 겪으며
흔들림 속에서도 적응하고 성장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부모와 함께 이사를 온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며
열네 살 소년 조가 마주하게 된
가족의 현실은 가난하고 암울하다
실직한 아빠 제리는
산불 진화 작업을 하겠다고
위험을 안고 떠나며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 남겨진
엄마 자넷과 소년 조는
두려움과 낯선 감정에 휩싸인다
내일은 좀 달랐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자넷의 표정은 음울하고
'산불에 타고 남은 나무를 뭐라고 할까?'라는 질문에 '산 채로 죽어버린 나무'라고 대답한다
마치 산 채로 죽어가는 자신의 삶을 말하듯이
아들 조의 눈빛은 한없이 불안하기만 하다
엄마와 아빠의 산불과도 같은 불화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소년의 감정이 안쓰럽다
흔들리는 조가 겪어야 하는 성장통을
가만히 어루만져 주는 역할은
부모가 아닌 감독과 관객의 몫이다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보고 싶어서
사진을 찍고 그걸 평생 간직하는 거라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조에게 건네는
사진관 아저씨의 말 속에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있지 않을까
행복은 순간이라서 붙잡을 수 없고
다만 붙잡기 위해 애쓰는 것일 뿐
가족들이 웃으며 가족사진을 찍는
사진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승진도 하고 직접 사진도 찍게 된 조는
집을 떠나 독립한 엄마가
집에 잠시 다니러 오는 것을
어른스럽게 마중한다
가족이 함께 하는
행복한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자신이 일하는 사진관에서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스스로 가족사진을 찍는
조의 마음이 잔잔히 슬프다
세 사람은 제각기
불편하고 어색한 표정이다
아무도 웃지 않아서 안타깝지만
그들의 웃음을 강요하지 않고
불편함과 어색함까지도 묵묵히 존중해주는
영화의 엔딩은 차분하고 아름답다
그들이 다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영혼이 없는 억지웃음으로
성급하게 마무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가족은 함께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가족이고
웃고 찍으나 어색하게 찍으나
셋이 나란히 앉아 찍은 가족사진은
가족사진이 분명하므로
아들 조의 역할은 거기까지로 충분하다
조의 어깨를 다독여 주고 싶은 영화
'와일드라이프'는
슬픔과 아픔까지도 소란하지 않고
조용해서 잔잔히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