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43 클레오파트라의 콧날
자매들의 뷰티살롱 18
동생 그라시아가
물끄러미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이 작아 아쉽다고 중얼거립니다
엄마 눈이 이렇게 작았는지
미처 몰랐다면서
푸훗 웃어요
그렇군요
엄마는 눈이 작으십니다
나이가 들수록 키가 줄어드는 것처럼
눈도 작아진다고 하죠
눈이 작아지는 것은 중력의 영향으로
눈꺼풀이 아래로 쳐지기 때문이랍니다
과학이라는 과목이
학생 시절엔 어렵고 까칠하고 재미없더니
나이가 들수록 그리 크지도 않은 눈까지
작아지게 만들어 버리다니
조금 얄밉기까지 합니다
엄마 콧날이 클레오파트라 닮았더라면
마스크가 콧날 위에 멋지게 얹힐 텐데
코가 클레오파트라처럼 오뚝하지 않아
마스크 와이어를 꾹 눌러놓아도
자꾸 미끄러져 내려와 아쉽다는
그라시아의 덧붙임에
이번에는 내가 풋 웃고 맙니다
딸바보 아버지가
어린 딸들을 조르르 앉혀놓고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오는
영화 이야기를 해 주셨던
생각이 납니다
콧날을 오뚝하게 하려고
영화 속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빨래집게를 코에 꽂는다는 아버지 이야기에
자매들이 까르르 웃어댔었죠
나중에 그 영화를 찾아보며
아버지와의 시간들을 추억하는데
딸들의 콧날을 예쁘게 세워주시곤 하던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했어요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자전적 소설인
'작은 아씨들'을 영화로 만든
'푸른 화원'에서 멋 내기를 좋아하는
에이미 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콧날이 예뻐지기를 바라며
빨래집게를 코에 꽂고 잠드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또 다른 영화에서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하기도 했는데요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콧날이
매력적이긴 했나 봅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센티만 낮았더라면
세계 지도가 달라졌을 거'라고
파스칼이 '팡세'에서 말했답니다
그러나 파스칼이 한 말은
클레오파트라의 미모를 말하기보다는
작은 일 하나가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해요
클레오파트라의 멋진 콧날이
결코 사소한 것은 아니지만
클레오파트라는 세련된 매너와
현란한 화술이라는 매력으로
시저와 안토니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화장을 안 하셔도 얼굴이 보송보송한
엄마의 눈이 이렇게 작았던가~
엄마의 작이진 눈에서 시작하여
엄마의 코가 조금만 높았더라면~
아쉬움으로 이어지는
자매들의 뷰티살롱
그 결말이 궁금하다고요?
엄마의 코가 1센티만 높았더라면
마스크가 미끄러져 내려오지 않았을 거라는
미모와 전혀 상관없는 마스크 이야기로
허무하게 마무리됩니다
미모보다 마스크
기승전 마스크 시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