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53 음악에는 성별이 없다
영화 '더 컨덕터'
다섯 살 때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오르간 연주에 끌리듯 몰래 숨어 들어가
슈바이처의 바흐 연주 듣고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다짐을 한
소녀는 자라 여성 지휘자가 됩니다
10그램의 지휘봉과 열정 하나로
세상의 편견과 아집에 당당히 맞서는
그녀의 이름은 안토니아 브리코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마에스트라'라고 불리는데요
거장이라는 뜻을 가진 마에스트라는
작곡가나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대한
존경을 담은 칭호입니다
'마에스트로'의 여성형이죠
'더 컨덕터'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창단된 지
96년 만의 첫 여성 지휘자인
안토니아 브리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역경을 그려낸 영화입니다
네덜란드에서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두 살 때 입양이 되어
양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윌리 월터스로 살아갑니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여성 지휘자가 꿈인 그녀는
공연장에서 좌석 안내원으로 일하지만
공연을 볼 수 없어 늘 안타깝죠
존경하는 지휘자의 공연을 보기 위해
무대 바로 앞에 간이의자를 놓고 관람하다가
남자 주인공인 프랭크에게 해고당하게 되는데
골드스미스라는 피아니스트 덕분에
프랭크의 대저택에 초대받게 됩니다
라이징 스타가 되고 싶냐는 프랭크의 물음에
주변의 들꽃이 되고 싶다고 대답한 그녀는
프랭크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어려운 형편과 양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음악학교에 입학했다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스승에게 고소당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되지만
그녀를 돕는 남장 여자 로빈이 내미는
'랩소디 인 블루' 악보를 받아 들며
꿈을 향한 열정을 접지 않고
베를린으로 가서 음악학교에 입학합니다
지쳐 쓰러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스승 무크에게 지휘를 배우며
프랭크의 약혼 소식에 흔들리고
결혼 소식에 절망하지만
견뎌내는 법을 배우라는
무크의 알에 마음을 다잡으며
지휘자로서 첫 무대에 서게 되죠
프랭크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그녀는 열정적으로 지휘를 합니다
베를린 필 하모니 여성 지휘자로 성공을 하며
유럽을 흔드는 성과를 거둔 후 미국으로 돌아와
양파자루를 들고 양부모를 찾아오는 그녀를
늘 매정했던 양엄마가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음악에는 성별이 없다'는
남장 여자 로빈의 말이
그녀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지만
여자는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골드스미스의 방해와
언론의 공격을 감내하며 걸어가는
여성 지휘자로서의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편견과 맞짱 뜨는 그녀에게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
비판은 언제나 따라온다'는
루스벨트 영부인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그녀를 후원해 주며
그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달려오지만
자리가 없자 품위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간이의자를 놓고 앉은 프랭크의
귓전을 울리는 영화의 엔딩 음악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입니다
공연장 안내 직원으로 일하면서
그녀가 무대 맨 앞자리에 놓고 앉았던
바로 그 간이의자에 앉아
프랭크가 보내는 따뜻한 미소가
우아하게 지휘를 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향한
사랑의 인사인 거죠
음악영화라기에는
음악이 2% 부족한 아쉬움이 있지만
부족한 그 자리를 그녀의 열정이 채워주는
괜찮은 영화 '더 컨덕터'를 보면서
내 인생의 지휘자는 바로 나라는 생각을
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