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54 아빠하고 나하고

주황빛으로 물든 가을 사진

by eunring

감나무의 감들이

주황빛으로 익어갑니다

아파트 화단의 감나무를

엄마는 습관처럼 올려다보며

주렁주렁 열렸다고 중얼거리십니다

바알갛게 감이 익어간다고 웃으십니다


엄마는 어쩌면 아버지 보듯

감나무를 바라보시는 건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살던 우리 집에는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 대신

할머니가 만드신 꽃밭이 있었고

내가 태어나던 해 심었다는

어린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마루에 앉아

감나무를 바라보던 생각이 나고

친구네 집에는 여러 그루 감나무가 있어

감꽃이 눈 쌓이듯 새하얗게 떨어져

부러웠던 생각도 납니다


우리 집 감꽃은

마당에 듬성듬성 떨어져

감꽃 목걸이를 만들어도

그다지 볼품이 없었거든요


가을이면 떫은 감을 주워다가

물이 담긴 조그만 항아리에 넣어

떫은맛을 우려내던 생각이 납니다

떫어서 먹지는 못했으나

내 감나무에서 열린 감이라

귀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사랑 친구님네 단지 정원에 떨어진

주황빛 감과 단풍잎 사진을 들여다보며

어릴 적 우리 집 어린 감나무의 추억을

조심조심 끄집어내어 마음에 품어봅니다


아버지 계신 별나라에도

한 그루 감나무가 있을까요?

아버지는 그 감나무를

딸내미 나무라고 부르실까요?

별나라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주홍빛 감이 물들어가고 있을까요?


우리 집 감은 작고 떫은맛이었지만

추억은 떫지 않은 단맛입니다

아삭아삭 단감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생각이 나는

단감 빛 가을이 다정히 무르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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