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71 니들이 패션을 알아?

자매들의 뷰티살롱 21

by eunring

오늘 엄마의 패션은 진보라입니다

아침저녁 날씨가 제법 싸늘해지니

그라시아가 엄마의 애정 색인

보라색 간절기 패딩을 준비했네요


신발도 진보라색으로 바뀌어

옷과 신발이 깔맞춤입니다

게다가 양말은 연보랏빛이라

보라색 집합 패션입니다


새 옷을 좋아하는 건

엄마나 딸들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진보라 패딩이 가볍고 따습다고

좋아하시는 엄마의 표정은 소녀입니다


나 어릴 때 엄마의 나들이는

자식들 입학식 졸업식 학부모회의 소풍

친척들의 결혼식 등이었죠

그럴 때마다 고운 새 옷 한 벌 입으시고

좋아하시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해

엄마는 꽃다운 나이 서른아홉이었는데

그 무렵 엄마는 고운 옷 대신

허여멀건 옷을 입으셨습니다

예쁘고 고운 옷을 사자고 하면

고개를 내저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제 엄마는

꽃처럼 화사한 옷을 입으십니다

분홍 꽃분홍 주홍 보라

꽃처럼 고운 옷을 맘껏 입으십니다


엄마들이 나이 들수록

고운 옷을 좋아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아요


세월은 저만치 달아나고

나이는 꼬박꼬박 숫자를 더해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열일곱 소녀이고

마음의 꽃밭에는 사계절 꽃들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나는 까닭입니다


세월은 정주행

세월 따라 나이도 급속도로 정주행이지만

마음의 나이는 역주행인 셈인 거죠

과속방지턱 앞에서 머뭇머뭇

세월의 손을 그만 놓아버렸으니까요


나이를 더 이상 헤아리지 않으시는

엄마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중이라

사계절이 온통 보송보송

꿈같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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