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72 가을 감성을 마시다

감성 커피 한 잔

by eunring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커피잔 가득한 감성을 비워냅니다

가을이라는 이름의 감성 커피를 마시며

커피잔에 아롱지는 향기에 젖어봅니다


단단히 여문 꽃씨들이 터지듯

감성 톡톡 터지는 가을날

쓸쓸함의 깊이만큼 감미로운 가을날은

봄날의 연둣빛 설렘 대신

빈자리의 떨림으로 가득합니다


비어 있으나

여전히 남아 있는 무늬처럼

잔잔히 소멸해가는 흔적들처럼

고즈넉한 커피잔 가득

가을의 들꽃 향기가 그윽합니다


고소한 커피의 맛이

기억 속에 무늬로 아롱질

새콤한 꽃향기 일렁이며

가을날의 커피잔은 서서히 비어갑니다


비어간다는 것은

오히려 충만해지는 것이고

소멸해간다는 것은

거꾸로 채워짐을 의미합니다


가을은 지나간 여름처럼

빛나는 열정을 가지지 못했지만

채운 것을 비우고 떨굴 줄 아는

지혜를 가진 계절입니다


가득 채워진 커피잔의 커피가

한 모금씩 줄어들 때마다

그 자리를 채워가는 속삭임은

기다리고 준비하는 마음입니다


다가올 텅 빈 계절을 보듬으며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계절을 위로하듯

하얀 눈 소복이 쏟아질 때

겨울의 포근함을 담아내기 위해

미리 비워두는 마음의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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