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76 인생이라는 그림자극

영화 '인생'

by eunring

인생은 슬픈 그림자극이고

주인공은 애틋한 가족입니다

그림자극 무대에 느닷없이 올려진

그림자 인형들처럼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4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그림자극을 공연하며 노래하는

아버지 푸구이는 지주의 아들이었으나

도박으로 재산을 잃고 부모도 여의고

가족을 위해 그림자극을 공연합니다


아버지 푸구이에게 얻어맞고 심통이 난

아들 유칭을 달래려고 식초물을 만들어

아버지에게 갖다 주자며

아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엄마 자전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착한 딸 펑샤

말 못하는 누나를 놀리는 개구쟁이에게

매운 고추 양념 듬뿍 넣은 국수를

머리에 거침없이 쏟아붓는 아들 유칭

가족을 위한다며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유칭을 세게 때리는 아버지 푸구이


가난하지만 서로를 위하며

애틋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은

뜻하지 않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림자극 공연 중인 아버지에게

고추와 식초 양념을 넣은 차를 건네며

활짝 웃는 유칭의 빠진 앞니가 귀엽고

휑하니 삐진 이 사이로 달아나는

인생의 쓰라림이 아프기만 합니다


철강 제련 작업에 참가해야 한다며

자는 아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자는

아버지를 차마 말리지 못하고

만두를 도시락에 챙겨주는 엄마와

잠든 유칭을 깨워 등에 업고 가는 아버지는

아들과 인사도 없이 작별하게 될 줄 몰랐겠죠


학교 담장 뒤에서 밀린 잠을 자던 유칭은

후진하던 구장 춘성의 차에 허망하게 죽고

먹지도 못한 도시락 만두는 그대로 남아

유칭의 어린 무덤 앞에

새로 찐 만두와 나란히 놓입니다


만두가 넉넉하니 배고프지 않을 거라며

그동안 맘 편히 못 잤으니

편히 자라며 우는 엄마의 눈물과

소리도 없이 훌쩍이는 누나의 눈물이

애절하고 비통합니다


세월은 흘러 60년대가 오고

마오쩌둥 시대에 옛것은 반동이라며

그림자 인형들은 화롯불에 태워집니다

그림자 인형들을 태우는

펑샤의 슬픔이 잔잔히 물결 지는데요


펑샤는 일하다 다쳐 다리를 저는 남자

완얼시를 소개받아 결혼을 하고

잠시 평온한 행복을 누리지만

아기를 낳다가 허무하게 죽습니다


아들 유칭도 딸 펑샤도

거칠게 밀려드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비켜나지 못한 채 부모의 가슴에 묻히고

펑샤가 남긴 아들 찐빵을 키우며 살아가는

푸구이와 자전의 연약한 모습이

역사와 세월 앞에서 한없이 고단해 보입니다


그들의 착하고 쓰라린

인생 이야기가 가슴 뭉클합니다

그래도 아들 유칭처럼 앞니가 빠져

웃는 모습이 귀여운 손주 찐빵이 있고

찐빵이 사달라고 조른 노란 병아리들을

담아 키울 수 있는 그림자극 궤짝이 남아 있어

희망과 위로를 함께 담을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병아리들이 언제 크냐는

손주 찐빵의 물음에 푸구이는

병아리들은 금방 자란다고 대답하죠

역사 앞에서 어린 병아리 같은 그들 가족도

병아리가 자라듯 힘차게 성장해 나가리라는

한 가닥 위안까지도 쓸쓸하고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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