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86 인연의 물소리를 듣다
징검다리 사진을 보며
가을 하늘빛이 곱게 여울지는
징검다리 사진을 봅니다
가을볕 곱게 머무는 징검다리를 보며
'긴 머리 소녀' 추억의 노래를
낮은 목소리로 불러봅니다
'눈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에
긴 머리 소녀야'
노래를 부르며
조심조심 징검다리를 건너가면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의
긴 머리 소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징검다리는
얕은 강물이나 개울물을
폴짝폴짝 건너 다닐 수 있게
드문드문 놓은 다리죠
첫사랑 소녀를 만나러
소년이 겅중겅중 뛰어갔을
첫사랑 소년을 기다리며
소녀가 물장난을 하며 놀고 있을
동글 납작 징검다리 사이로
고운 인연의 물줄기가 흘러갑니다
나란히 사이좋게 이어지는
편안하고 평평한 디딤돌들을 보며
그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귀한 인연의 물소리를 듣습니다
디딤돌들도 적당히 떨어져
아련한 눈빛으로 서로를 돕고 있군요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혹시라도 어깨 부딪칠까 봐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살며시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이
오히려 정겹습니다
곱고 귀한 인연의 물결은
서로의 마음을 다정히 끌어안고
무심한 세월의 흐름을 따라
졸졸졸 맑고 상냥한 소리를 내며
물빛 사랑으로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