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01 너의 이름은
애니메이션 영화의 매력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검푸른 밤하늘
초록숲에 일렁이는 눈부신 햇살
은빛 물고기처럼 반짝이는 호수의 물비늘
단풍이 붉게 물든 가을 숲에 스치는 바람
카타와레도키의 분홍 보라 저녁놀 풍경
혜성이 호수에 떨어지는 순간의 반짝임
불빛이 영롱한 도시의 밤을 위로하듯
나붓이 내려오는 하얀 눈송이들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환상적입니다
꿈속에서 서로 몸이 뒤바뀌는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는
타키가 미츠하의 공책에 써 놓은
'너의 이름은'이라는 물음에
손바닥에 미츠하라고 씁니다
소녀의 이름은 미츠하
미츠하는 세 잎이죠
일주일에 몇 번씩 꿈속에서
몸이 뒤바뀌며 서로 다른 환경과
낯선 인간관계와 만나고 부딪치며
서로의 휴대전화에 합의사항과
금지사항 등을 메모하고 일기를 쓰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티격태격
서로의 생활에 적응해갑니다
티아마트 혜성이 온다는
축제의 날 이후 몸이 바뀌지 않고
휴대전화 연락 문자도 사라지자
타키는 이토모리 마을의 모습을 그린
스케치만을 들고 미츠하를 찾아 나서지만
3년 전 혜성이 떨어져 수백 명이 죽고
폐허가 된 이토모리 호수와 마주하게 됩니다
타키의 손목에 묶인 붉은 매듭은
미츠하의 머리끈이었죠
꼬이고 감기고 다시 만나는 무스비
그리고 엉긴 시간의 무스비
붉은 매듭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무스비입니다
인연의 붉은 매듭을 풀어가며
시간을 되돌리는 타키는
혜성이 떨어지기 전으로 돌아가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미츠하를 구해냅니다
카타와레도키의
아름다운 분홍 보라의 시간에
두 사람은 드디어 만납니다
혜성이 떨어지기 전에
손바닥에 서로의 이름을 쓰기로 하죠
'눈을 떠도 까먹지 않도록 이름을 쓰자'
그렇게 말하고는 손바닥에 쓴
이름 대신 '좋아해'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입니다
물론 백퍼 동조하지는 않습니다
지브리의 애니를 따라잡기에는
2%의 부족함을 느끼는데요
물론 개인의 취향이긴 합니다
빛의 작가의 작품답게
밝음과 어둠의 영상미가 돋보입니다
혜성이 떨어지기 전의 밝음과
혜성이 떨어진 후의 어둠의 대비가
시간의 어긋남처럼 극명합니다
빛과 그림자는 늘 함께이고
아름다움과 슬픔은
한 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혜성이 떨어지는 재난의 순간은
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했다고
감독이 말했답니다
그래서인지 따뜻하고 아름다운
위로의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시간을 되돌려
슬픔과 아픔을 피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타까운 그 시간으로 돌아가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요
막막하고 먹먹할 때마다
한 번쯤 해 보는 상상입니다
꿈같은 일이지만
상상은 가능한 일이죠
'조금만 더 잠깐이라도 좋아'
시작과 엔딩에 깔리는 노래처럼
만날 사람들은 언젠가 어느 순간
아주 잠깐이라도 만나게 된다는
애니메이션의 마법에 빠져듭니다
서로를 알아보는
마음의 눈을 가지게 된다면
붉은 인연의 매듭이 없더라도
분홍 보라의 저녁놀 곱게 물드는 시간에
바람 스치듯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