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00 사랑꾼 가을
마음을 전하는 법
가을은 예술가입니다
가을은 인테리어 전문가입니다
가을은 마음 전하는 법을
제대로 아는 사랑꾼입니다
붉은 열매들을 무심히 툭
걸어만 놓았는데도 빛이 납니다
덜 익은 철부지 열매들은
덩달아 사랑스럽습니다
탱글탱글 무르익은 열매는
열정으로 빛나는 홍보석이고
따사로운 가을볕에 조글조글
말라 가는 모습까지도 고와요
거꾸로 매달려도 괜찮은 거죠?
바닥에 툭 떨어져도 괜찮겠죠?
하늘 향해 발돋움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편하다고
열매들이 말을 하네요
늘 손을 뻗고 애써 발돋움하며
하늘에 닿아보려 애태우던 순간들이
그립긴 하지만 아쉽진 않다고
열매들이 중얼거려요
그땐 어리고 철이 없어서
하늘 가까이 닿고 싶어 애가 탔다고
제아무리 손 내밀어도
하늘을 만질 수 없다는 걸
그땐 미처 몰랐다고
열매들이 비로소 웃고 있어요
가을은 마음을 비운 예술가입니다
가을은 여백의 향기를 살릴 줄 아는
인테리어 전문가입니다
가을은 사랑을
차분히 안으로 머금을 줄 아는
진정한 사랑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