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6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영화 '러브레터'

by eunring

히로코와 이츠키 1인 2역의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좋다

영화 포스터 속 그녀의 옆모습이

슬퍼서 아름답다


도서실의 숨죽인 조용함과

개가식 책장에 가득한 책들의 냄새와

창문으로 들어오는 금빛 햇살과

커튼을 휘감으며 스며드는 바람이 좋다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


잘 지내나요?

나도 잘 지내요


새하얀 눈밭이 아니더라도

봄꽃들이 마구마구 흩날릴 때마다

한여름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바람에 우수수 날리는 단풍잎 비 맞으며

그대 잘 지내냐고

나도 잘 지낸다고

하늘 향해 그렇게 외치고 싶을 때

다시 보고 싶은 순백의 영화

'러브 레터'


영화의 배경 오타루 여행을

하얀 겨울이 아닌 한여름에 갔었는데

뜨겁고 습한 날씨에 상상의 함박눈을

마구 쏟아부으며 영화의 감성에 젖어보던

에피소드가 떠올라 혼자 웃어본다


산악 등반 중에 조난사고로 죽은

남자 친구 이츠키를 잊지 못하고

하얀 눈밭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히로코가 이츠키에게 편지를 쓴다


히로코가 쓴 그 편지는

동명이인이지만 남자가 아닌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전해지고

편지를 주고받다가 남자 친구 이츠키의

학생 시절 첫사랑이 이츠키라는 걸 알게 된다


도서 대출카드에 적힌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은

아마도 당신 이름이었을 것 같다는

히로코의 편지는 애틋하면서도 따사롭다


지나간 기억들을 향하여 '오겡끼데스까'

잘 지내느냐고 묻는 다정한 목소리는

잘 지내고 있으니 내 걱정 말라고

먼 하늘을 향해 건네는

사랑의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때 같은 이름의 남학생이

중간에 전학을 갔다는 이츠키의 이야기에

마당의 나무 이름도 이츠키라고

할아버지가 웃으신다

이츠키가 태어났을 때 심은 나무라

나무 이름도 같은 이츠키라고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도서 대출카드에 적힌 이츠키가

뜻밖의 방문객들과 함께 등장한다


후배 여학생들이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며

건네는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역시나 두툼한 추억의 책이고

도서 대출카드에는 어김없이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여학생들이 어서 뒤를 보라고 말하는

도서 대출카드 뒷면에 그려진

이츠키의 초상화는

우리 모두의

아련한 첫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가을 가고 하얀 눈 펑펑 쏟아지는

겨울 한복판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러브 레터'는 우리 모두의

가슴 시린 첫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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