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72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르누아르의 '우산'도 패션
르누아르의 첫 번째 뮤즈였던
리즈 트레오를 그린 그림
'양산을 든 리즈'는 작업실이 아닌
야외에서 그린 그림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야외의 햇살 속 초록 풀밭 위에
흰옷 가득 눈부신 빛을 받으며
양산을 쓰고 서 있는 리즈의 모습이
밝고 부드럽고 인상적입니다
양산이 아닌 우산이 그려진
르누아르의 그림 '우산'도 있어요
그림 속에는 '그리제트'라는
당시의 회색 옷 스타일이 등장하는데요
여직공들이나 여점원들이 입는
무늬 없는 회색 옷을 입은 여인의 패션과
우산을 멋지게 펼쳐 든 여인의 패션에
당시의 사회상도 드러나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그림 '우산'에서는
우산도 명품이고 패션입니다
갑자기 빗방울 후드득 떨어져 내리는
어수선한 파리의 길거리 모습을 그린
그림 속에서 드러나듯이
그 당시 우산은 귀한 물건이라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대요
'그리제트'는
프랑스의 여직공이나 여점원을 말하는데요
무늬 없는 회색 옷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 계층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일상이던
세상을 향한 르누아르의 따뜻한 시선이
둥그렇게 펼쳐진 우산처럼 아름답습니다
우산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시절이라
우산이 없는 회색 옷의 여인은
치마를 살짝 잡아 울리며
비를 피해 종종걸음을 치는
당황스러운 모습입니다
그 순간의 모습까지도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건
르누아르의 따사로운 시선 덕분이겠죠
노동자 계층의 사람들에게 대한
르누아르의 다정한 연민이 드러나는
따사로움이 기분 좋은 그림이라서
자꾸 들여다보게 됩니다
르누아르 자신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열세 살 소년 시절부터 도자기 공장에서
도자기에 무늬를 그려 넣는 일을 하면서
가난을 겪으며 자랐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따스함을 가졌던 거죠
푸른 색감으로 내리는 비를
느낌적인 느낌으로 스치듯 표현하고
비가 오는 어둡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둥글게 굴린 우산과 바구니를 통해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으로 바꿨답니다
평생 슬픈 그림은 그리지 않았다는
거장 르누아르의 그림답습니다
그림의 왼쪽과 오른쪽은
그린 시기가 달라 화법도 다르다고 해요
왼쪽의 회색 옷 그리제트 여인은
이탈리아 여행 후 거장들의 영향을 받아
선은 부드럽고 색감은 어둡게 그리고
오른쪽 엄마와 아이는 거친 붓터치와
환한 빛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그렸는데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향받기 전의 화법이랍니다
말년의 르누아르는 관절염에 시달리고
손가락의 관절들이 마비된 후에는
팔에 붓을 묶어 넓게 휩쓰는 붓칠로
그림을 그렸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여전히 따사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