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71 단풍잎 엽서
가을 감성이 붉게 물들다
연로하신 엄마와 가을 단풍놀이가
쓸쓸하고 씁쓸한 감성으로 충만합니다
가을 감성으로 붉게 물든 단풍잎이
꽃보다 곱다 하시면서도
단풍잎 하나둘 바람에 날리면
사람도 나무도 꽃도
나이 들면 다 저렇다고 웃으십니다
허망하게 시들어
미련 없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꽃도 나무도 사람도
다 매한가지라고 중얼거리시는
엄마 목소리가 고즈넉합니다
붉은 단풍이 한창이라고 다정 언니가
창경궁의 가을 사진을 보내셨는데
단풍잎 엽서인 듯 하염없이 곱습니다
창경궁의 모습들이 눈앞에 아롱거리고
어릴 때 엄마랑 창경원 벚꽃놀이 갔던
추억도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창경궁 단풍이라고 엄마에게 보여드리니
창경원은 야 사쿠라가 유명했다며
기억의 끈을 찾으십니다
엄마 어릴 적 창경원 나들이가 생각나신 듯
얼굴에 아련한 그리움이 맺힙니다
언젠가 고궁의 가을밤 국악 공연에
동생들이랑 함께 엄마를 모시고 갔는데
어둠이 솔솔 내리기 시작하자
얼른 집에 돌아가자고
재촉하시던 생각이 납니다
가을 정원의 어둠 속에서 공연을 보다가
중간에 광화문 밝은 카페로 나와 앉으니
그제야 불빛처럼 환하게 웃으셨어요
어둠보다는 밝음이 좋으셨던 거죠
연로해지시니 저녁이 오는 것도 불안하고
밤이 오면 어둠에 푹푹 빠져들듯이
두려움이 스며드시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드는 것은
한없이 적막해지는 감상으로
가라앉는 일인가 봅니다
곱게 물들면 허무하게 떨어지고
저녁놀이 아름다울수록
밤의 어둠이 깊어지고
가을이 깊어가면
이제 곧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된다는 것이
한없이 적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