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94 영화라는 이름의 예술

영화 '십계'

by eunring

찰턴 헤스톤의 젊은 모습이 힘차고 매력적인

영화 '십계'를 엄마와 함께 보던 시절도 있었다

람세스 왕자로 나오는 율 부린너의 '왕과 나'까지

덤으로 또랑또랑 기억하시던 엄마는

이제 영화에 흥미를 잃으셨고

줄거리까지 줄줄이 기억하시던 영화

'십계'를 지루해하신다


바구니에 담겨 떠내려오는

아기 모세를 건져내는 장면과

히브리 노예들의 이집트 탈출 장면이나

홍해가 새파랗게 갈라지는 장면에서는

잠시 눈을 반짝이시지만

금방 지루해하셔서

엄마와 영화를 보는 일을

아쉽지만 접기로 한다


추억의 명화를 보기에 필요한

참을성과 집중력과 호기심을 잃으신

엄마가 안쓰럽고 안타깝지만

나 혼자 보고 또 보는

'십계'는 여전히 좋은 영화이고

예술 작품 같은 추억의 명화이다


파라오와 람세스를 배신할 수 없다며

네프레티리 공주에게 모세의 비밀을 밝히는

시녀이며 늙은 유모인 멤넷은

모세는 먼지보다 못한 존재이고

히브리 노예의 자식이라고 덧붙인다

출생의 비밀은 언제 어디서나

흥미진진한 법~^^


고귀한 이집트 왕자가 아닌

먼지보다 못한 히브리 노예의 자식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모세는

생명을 낳아준 어머니 요게벳과

사랑으로 키워준 어머니 비티아 공주

두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든

키워준 어머니를 사랑하겠다며

이집트의 왕자가 아닌

노예의 길을 택하는 것도 답정너~!!


이집트인이든 히브리인이든 모세라고

노예가 되어도 부끄럽지 않다면서

존재의 의미를 찾겠다는 모세

내 팔에는 없고 그들에게 있는 건 뭐냐고 묻는 공주에게 모세는 내 민족이라고 답한다


사랑과 민족 사이에서 민족을 택하는 모세는

히브리인 노예들이 400년 동안 기다려온

구원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가치와 고귀함을 보았기 때문에

친아들보다 더 사랑했다는 파라오의 곁을 떠난다


적막함뿐인 고난의 광야에서 양치기가 되어

열매 맺은 종려나무와 생명의 물을 발견하고

보석은 밝게 빛나지만 온기가 없고

사랑은 예술품이 아니라 삶 자체라는

지혜로운 십보라를 아내로 맞는다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모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게

오히려 금보다 나을 수 있다며

적어도 추억을 질투하지 않겠다는

십보라는 쿨하고 슬기롭고 총명하다


아들 게르솜을 낳고

모세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느님으로부터

백성들을 데리고 오라는 말씀을 듣자

목자의 지팡이를 들고

아내와 아들과 함께 이집트로 간 모세는

하느님의 권능으로 기적을 행하고

마침내 해방된 이스라엘 노예들은

자유의 새벽을 맞이한다


요셉의 유해와 함께 가축떼를 거느리고

젖과 꿀이 흐르는 자유의 땅으로 떠나는

그들 행렬의 격한 흥분과

들뜬 혼란조차도 설렘으로 아름답다


광야에서 어떻게 길을 찾고

무엇으로 엄청난 수의 백성들을

먹여 살릴지 모세는 알지 못하지만

목자의 지팡이를 들고 앞장선다


400년의 노예생활을 끝내고

줄지어 떠나는 기쁨과 환희의 장면은

거대하고 장엄한 미술 작품이고

가슴 벅찬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라오의 추격을 따돌리며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도 예술 작품처럼

감동 그 이상의 벅찬 감동을 주고

아들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모세의 신은 진정한 신이라고 인정하는

람세스의 고백도 진지하게 다가온다


시나이산에서 모세는 40일을 보내고

금으로 우상을 만들며 흥청망청거리는

다단의 무리 앞에 십계명을 들고 나타난다

규율 없이는 자유도 없다는 모세는

백성들과 함께 요단강을 건너는 임무를

여호수아에게 넘기고

홀로 떠나지만~


엔딩의 자막이

앞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게 될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게 기록되었고

그렇게 될지어다'


그렇게 남겨진 기록을 안고

그렇게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나와 우리 모두에게

은총의 기적을 건네는 모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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