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93 단정하신 울 엄마

자매들의 뷰티살롱 26

by eunring

고단한 인생사 얼룩지고 뭉개진

흐르는 세월 길 따라 아스라이

찬비도 맞고 모진 바람도 견디시며

꿋꿋이 걸어오신 울 엄마


곱고 반듯하게 정리 정돈된

꽃길만 걸으신 것도 아닌데

전생에 꽃 같은 아씨로 지내신 듯

곱고 반듯하고 단정하신 울 엄마


외출하실 때는 겉옷을 입으셔야 하고

단추는 첫 단추부터 끝 단추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채우셔야 하며

모자도 잊지 않고 챙겨 쓰시는 울 엄마


무채색을 주로 입는 내가 못마땅하신 듯

분홍 모자를 건네며 쓰라고 권하시고

아직 춥지 않아 괜찮다고 사양하면

여자는 햇빛을 가려야 한다며

살짝 눈을 흘기시는 울 엄마


손톱에 봉숭아꽃물은 기본이고

모자부터 꽃무늬 블라우스까지

계절마다 엄마의 취향 존중

알뜰살뜰 준비하는 넷째 딸이

영리해서 옷 하나는 맘에 들게 산다고

흐뭇 미소 지으시는 울 엄마


머리도 단정하게 다듬어드리고

신발은 패션의 완성이라며

유행에도 뒤지지 않고 발도 편하고

옷이랑 모자와도 어울리는 신발을

엄마 발아래 대령하는 눈썰미 좋은

막내딸을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며

그저 좋아 웃으시는 울 엄마


그래도 제일 똑똑한 딸은

베스트 드라이버에 패셔니스타

립서비스도 우아한 셋째 딸이라고

한 마디로 명쾌하게 정리하시는 울 엄마


그보다 더 예쁘고 똑똑하고 성격 좋고

키도 크고 야무져서 두고두고 아까운 딸은

엄마 가슴에 고이 묻힌 둘째 딸이라고

가끔 아주 가끔씩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시는

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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