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05 나 그대만을 생각하네

영화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by eunring

'바이올린 연습을

37년 동안 하루에 14시간씩 했는데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 부른다'라고

니콜로 파가니니가 말했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바이올린보다 첼로의 음색을 좋아하고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잘 알지 못하는 내 귀에

이번 가을에는 유난히 바이올린 연주가

깊은 울림으로 파고듭니다


취향도 계절 따라 바뀌는가 봅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의 화려함 속 깊숙이

숨겨지고 감추어진 눈부신 쓸쓸함을

비로소 눈여겨보게 된 까닭인지도 모릅니다

눈이 열리면 귀도 함께 열리는 것이니까요


18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연주법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현란하고 아름다운 그의 연주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되었겠지만

그에게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소문이 액세서리처럼 따라다녔다고 하죠


바이올린의 역사는

파가니니 이전과 이후로 바뀐다고 만큼

그의 연주는 뛰어났다고 하는데

정말 악마의 속삭임을 들었을까요?


연습의 결과라는 대답을 파가니니가

이미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그 대가로 젊음을 얻은

괴테의 '파우스트'가 생각납니다

'파우스트'에 나오는 메피스토펠리스 닮은

우르바니라는 인물이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죠


버나드 로즈 감독의 영화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의

포스터에는 파가니니의 강렬한 눈빛과

'모든 남자가 증오했고

모든 여자가 사랑한 남자'라는

문구가 유난히 선명합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연주로

고난도의 테크닉을 자유로이 구사했다는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영화 속 공연 장면은 환호와 박수갈채와

그의 강렬한 눈빛으로 불타오릅니다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카프리스 24번'을 연주하며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한순간 눈과 귀를 사로잡아요

'숨멎'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거죠


그의 독창적이고 초인적인 연주기법이 담겼다는

'24개의 카프리스' 중 24번을 연주하는

매혹적인 장면은 박수갈채를 받을 만하고

앙코르곡으로 샬롯과 함께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 4번 2악장을 편곡한

'나 그대만을 생각해 내 사랑'은

느린 걸음으로 수줍게 다가서는

첫사랑처럼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샬럿 왓슨의 노래에 반주를 하는

그의 진지한 얼굴과 강렬한 눈빛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열정과 순수는 하나인 거죠

악마와 천사가 결국은 한 몸이듯이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에

아름다운 사랑의 가사를 붙인

니콜 세르징거의 노래는

꿈꾸듯 나른하고 몽환적이기까지 해요


'나 그대만을 생각해 내 사랑

남실대는 바닷물에 태양빛 눈부실 때

깊은 어둠이 깔리고

적막한 밤이 되어도

나 그대만을 느끼네 내 사랑

어둠을 뚫고 오는 그대의 강렬한 느낌'


노래를 부르는 샬럿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샬럿을 향한 순수한 사랑과

슬픈 영혼의 울부짖음이 느껴집니다

바이올린 연주자인 데이비드 가렛의

훈훈하면서도 진한 눈빛 연기가 압권이죠

한때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했다는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을 통해

파가니니를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파가니니의 실제 모습은

깡마른 체구와 창백한 얼굴에

눈빛만 타오르듯이 빛났다고 하죠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연주했으나

팔과 손가락이 길고 손가락뼈가 부드러워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답니다


카프리스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요소가 강한 기악곡이죠

자신이 작곡한 카프리스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발랄하게

독창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을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과연 행복했을까요?


비운의 천재에게 행복을 묻는 건

물음표 낭비일 테니 쿨하게 떨쳐내고

클라우스 킨스키 감독의 영화

'파가니니'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살며시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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