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28 제비꽃을 기억하며
영화 '청춘의 증언'
보랏빛 제비꽃이 핀 봄날의 뜨락 같은
그들의 청춘은 봄비에 젖어 사라집니다
빗방울들이 땅바닥을 때리듯이
청춘의 아픔은 소란스럽고
청춘이 그 빛을 잃고 사라지는 것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마음은
안타깝습니다
1910년 영국을 배경으로
우아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영화 '청춘의 증언'은 부드러운 화면과 음악이
잔잔하고 차분해서 더 애틋합니다
따사롭고 행복한 봄날의 시간들과
전쟁의 참혹함의 대비가 낮과 밤처럼
또렷하고 분명해서
마음을 더 아릿하게 합니다
실존 인물인 베라 브리튼의
자전적 에세이 '청춘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영화랍니다
베라와 동생 에드워드 연인 롤랜드 친구 빅터
네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은
'어느 잃어버린 세대가 보낸 편지들'
서간집도 있다죠
둘 다 우리말 번역은 안 되었답니다
보수적인 아버지 몰래 공부해서
옥스퍼드대학에 합격한 베라는
한껏 꿈과 희망에 부풀지만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눈부신 청춘의 날들을 보내던
그들의 꿈과 사랑과 우정은
유리알처럼 부서집니다
베라의 동생 에드워드와 베라의 연인 롤랜드
베라를 바라보던 순정남 빅터
꽃 같은 청춘들은 전쟁터로 떠나고
베라는 매일 전사자 명단을 보며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내게 되죠
롤랜드와 에드워드가
휴가를 받아 돌아오고
시를 썼느냐는 베라의 물음에
롤랜드는 화를 냅니다
참혹한 전쟁터에서 시를
단 한 줄이나 쓸 수 있었겠어요
전쟁으로 피폐해진 연인 롤랜드를 다독이며
마음을 다치지 말라고 위로하는 베라에게
다음 휴가 때 결혼하자는 롤랜드
그러나 두 사람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꿈같은 결혼을 꿈꾸는
베라는 결혼식 당일 설렘의 순간에
롤랜드의 전사 소식을 듣게 되죠
롤랜드의 유품에서
그가 베라에게 남긴 시에
숲 속의 제비꽃이 등장합니다
추억을 담아 전한다는 짧은 시 속에서
그리움의 향기로 피어나는 제비꽃은
눈부신 청춘의 꽃입니다
'플러그 숲의 제비꽃을 보며
내가 떠올린 것은
삶과 희망 사랑 그리고 그대
청춘이 스러진 곳에
처연하게 피어난 제비꽃
그날의 비극을 감추고
그대가 보지 못해 다행이지
바다 넘어 제비꽃
멀리 그리운 망각의 땅으로
추억을 담아 보내니
그대는 이해하리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베라는
동생 에드워드를 찾아간 프랑스 전방에서
전쟁의 가혹함과 마주하고
눈이 안 보이는 병사를 위해
병사의 클라라가 되어 위로하며
전쟁의 책임은 여자들에게도 있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됩니다
친구 빅터도 죽고
동생 에드워드마저 전사하죠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종전의 기쁨 속에서
베라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전쟁 반대 결사반대를 외칩니다
그녀는 평생 평화주의자로 활동했다고 해요
'킹스맨'에서 에그시 역의 테런 에저튼이
동생 에드워드를 연기하는데
20초의 피아노 장면을 위해
쇼팽의 곡을 잠깐 배우기도 했답니다
세 청년의 피아노 장면이 사랑스러워요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존 스노우 역의
키트 해링턴이 연인 롤랜드 역을 맡고
'헌츠맨'의 콜린 모건이 빅터 역으로 나와
서로의 꿈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때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는
영화 포스터 속 주인공 베라의
모자 쓴 얼굴이 맑아서 아름답고
세 청년의 해맑은 표정이 눈부십니다
꿈과 사랑과 우정으로 빛나던
그 모든 눈부신 순간들은
전쟁으로 뒤틀리고 망가져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해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피어나
봄날의 뜨락을 물들이는 보랏빛 제비꽃처럼
여전히 아름답게 설레는 청춘을 증언하겠죠
그곳에 눈부신 그들이 있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