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27 연밥을 따며

허난설헌의 감성을 읊조리다

by eunring

친구님들이랑 강릉 여행 중에

우산 쓰고 솔숲길을 걸어

허난설헌을 만나고

곡자(哭子)라는 시가 아프게 새겨진

그녀의 동상 곁에서 사진도 찍고

향기로운 녹차를 마시던 시간들이

문득 떠올라 그녀의 시를 찾아봅니다


금수저 집안에 태어나

사랑과 존중을 배우며 자라난

허난설헌의 '채련곡'에는

그녀의 그늘지고 아픈 삶이 아닌

아리따운 소녀 감성이 담겨 있어요


'가을날 맑은 호수에 푸르른 물 흐르는데

연꽃 핀 깊은 곳에 목란 배 매어놓고

님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저 건너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나 얼굴 붉히네'


차디찬 눈 속에서 꼿꼿이 피어난 난꽃 같은

난설헌은 남장을 하고 아버지 뒤를 쫓아가

결혼할 상대를 미리 볼 만큼

영리하고 당차고 야무진 소녀였지만

꽃다운 나이 열다섯에 결혼하여

자신을 스물일곱 송이 연꽃으로 표현한

유언 같은 시를 남기고

안타까운 스물일곱 나이에

하늘의 연꽃으로 피어납니다


연밥 따는 아가씨의

풋풋하고 곱고 순수한 감성이

'채련곡'에 잔물결로 아롱집니다

연밥을 던진다는 건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거래요

난설헌은 누구에게 그 고운 마음을

연밥에 담아 던졌을까요?


난설헌의 과외선생님이었던

이달의 '채련곡'도 함께 읽어봅니다

'연잎은 들쑥날쑥 연밥은 많은데

연꽃 사이에서 아가씨가 노래하네

돌아갈 때 횡당 어귀에서 만나자고 했으니

애써 노를 저어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네'


횡당은 중국 양자강 어귀의 제방이랍니다

'채련곡'이 원래 중국 남방에서

가을에 연밥을 따며 부르던 민요이고

남녀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

횡당이 청춘들의 사랑을 속삭이는

로맨스 스폿을 상징하게 되었다죠


지금 세상에 태어나 자유롭게

감성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어

강릉에 살고 있을

난설헌을 상상해봅니다


안목해변 카페거리에 가면

바닷바람에 스카프 휘날리며 유유히 걷고 있을

그녀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난설헌 커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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