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77 부치지 못한 사랑의 편지

영화 '1944'

by eunring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소한 다툼이나 싸움도 물론 싫어해요

어릴 적에 전쟁 영화를 보고

한동안 어리디어린 철부지 마음이

작은 새처럼 파들파들 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가족들이랑 헤어지게 되면 어쩌나

동생들이 고물고물 어린데 어떡하나

그래서 전쟁영화는 아예 볼 생각을 안 하는데

우연히 비극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보게 된

영화 '1944'


'에스토니아'라는 낯선 나라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도 발동했죠

에스토니아는 핀란드에 접해 있는

북부 유럽 발트 3국의 하나랍니다

1940년 구소련에 강제 소속되었다가

1991년 8월 구소련이 해체되자

독립한 나라래요


영화 시작의 자막은 이렇습니다

'1940년 소비에트 연방은

에스토니아를 무력 합병하고

55,000명의 에스토니아인을 강제 징병

1941년 독일은 에스토니아를 점령하고

72.000명의 에스토니아인을 징병했다 '


제2차 세계대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전투에 시달렸답니다

독일과 소련 사이에 끼어있던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두 나라의 힘에 짓눌려

강제 징병을 당하고 서로 적군이 되는 거죠

같은 동포인데 독일의 무장 친위대와

소련의 붉은 군대로 나뉘어 싸웠다는

약소국의 비극이 안타깝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서로가 다른 편에 서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립니다


영화의 앞부분에서는

독일군에 징집된 에스토니아인 병사

카알 토믹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가족이 소련군에게 끌려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달아난 아픈 사연이 있고

여동생 아이노에게 용서를 비는 편지를 써서

가슴에 간직한 채 전투에 나섭니다


후반부에는 소련에 징집된 에스토니아인 병사

유리 요르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혹한 운명의 장난일까요?

편지 한 장의 인연으로

독일군에 징집된 카알의 여동생 아이노를

소련군 붉은 군대의 유리가 사랑하게 되는

안타까운 운명이 그려집니다


소대장 유리 요르기 상사는

가로수길 여인 아이노에게

오빠 카알의 편지를 전하러 갑니다

'이제 너도 진실을 알게 되겠구나'

그렇게 가족들에게 용서를 비는

오빠 카알의 편지를 받게 되죠


유리는 죽어가던 순간의

카알의 눈빛이 잊히지 않아 잠 못 이루고

여동생 아이노에게 오빠의 편지는 전했으나

사랑에 빠져 망설이다가

카알의 전사 소식은

차마 전하지 못합니다


다시 전투가 시작되고

모든 것이 주저앉고 부서지는

참혹한 장면 속의 병사들이

아깝고 안쓰럽습니다

손을 들고 투항하는 병사들을

다짜고짜 쏘아버리는 비정함에는

전우를 잃은 병사의 아픔이 고여 있어요


에스토니아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에서

독일군에 끌려갔다 도망친 열여섯 나이의

소년 병사들의 어린 모습을 보며

유리는 마음이 흔들립니다


대위의 신임을 얻어

곧 중대장으로 진급하게 될 상황이었으나

적에게 협력했으니 어린 병사들을 총살하라는

대위의 명령에 불복합니다

대위를 쏘고 죽어가는 그의 주머니에는

부치지 못한 사랑의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어요


'아직도 나는 괴로워요

당신에게 오빠의 편지를

전달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전쟁 후 우리가 우연히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전쟁이 끝난 후에야

아이노 타믹에게 전해지는

유리의 편지에는~

'새하얀 백지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노라고

내가 당신 오빠를 죽인 붉은 군대 병사라고

당신의 용서가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니

제발 용서하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적혀 있어요


엔딩 자막이 햇살도 아닌데

부시게 눈을 쏘아댑니다

'자유를 위해 싸운 모든 이들을 위하여'

천국에서 자유로울 그들을 위하여~라고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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