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60 하염없이 바라보다

이백의 시를 읽다

by eunring

'밤 깊어 옥섬돌에 찬 이슬 내리고

그리운 마음 비단 버선을 적시네

기다림에 지쳐 수정 주렴을 드리우고

영롱한 가을 달만 하염없이 바라보네'


이백의 '옥계원(玉階怨)'이라는 시는

임금을 기다리는 궁중 여인의

애틋한 심정을 그린 작품이랍니다


한 성제의 총애를 잃은 후궁 반첩여가

지신의 슬픔을 쓸모없는 가을 부채에 비유한

'원가행(怨歌行)'을 시작으로

궁중 여인들의 한을 소재로 읊은

궁원(宮怨)의 노래가 이어지게 되었다죠


이백은 궁중 여인도 아니면서

어쩌면 저리도 아릿하게

적막한 달빛 같은 그리움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요


옥섬돌의 원망이라는

제목에만 원망이 들어 있을 뿐

소란한 원망의 노래가 아니라

하염없는 그리움이 영롱한 눈물방울에

맑고 우아하고 차갑게 스며있어요


이백의 작품 중에

다양한 여성들의 슬픔과 불행을

절실하게 공감하는 시들이 많은 것은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방랑자였던

그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포부를 실현하지 못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옥으로 만든 섬돌에서 서성이며

그가 기다린 것은 이상의 실현이었겠죠

비단 버선에 찬 이슬 내려 밤은 깊어가는데

수정으로 엮은 주렴을 드리운 사이로

영롱하게 파고드는 가을 달빛만

하염없이 바라보았을 그의 심정이

애틋하기만 합니다


버선발로 옥섬돌을 서성이는

꿈을 향한 이백의 그리움이

차갑게 시린 달빛처럼

안타깝게 스며들었던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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