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7일
나는 지금 연기를 배우고 있어.
작년 8월에 연기를 하겠다고 서울에 올라왔으니
연기를 시작한 지 이제 딱 1년이 되었네.
연기는 정말 어려워.
나는 연기가 감정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연기는 몸과 더 관련이 있는 것이더라고.
배우는 장면에 맞게 감정과 호흡과 소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
항상 민첩한 몸이 준비되어 있어야 해.
그래서 나는 요즘 내 몸과 소리에 대해 많이 생각해.
내가 지금까지 내왔던 소리는
막힌 소리야.
연구개가 축 내려와 납작한 소리,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얇은 소리,
호흡이 지나가는 길을 막는 날카로운 소리야.
나는 그런 나의 소리가
불안과 긴장이 많은 나의 정서,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와 꽉 다문 입술,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습관.
이런 것들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한 번은 연기 레슨 중에 누워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훈련은 받다가
그냥 눈물이 흘렀어.
지금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
아마 깊게 숨을 내쉬는 순간,
'내가 이렇게 깊게 한숨을 쉬어본 적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한 번이라도 몸 안의 깊은 숨을 끌어내어 크게 뱉어본 적이 있었나.
난 무얼 참고 있는 걸까.
왜 참고 있는 걸까.
언제부터 참게 된 걸까.
무엇이 날 막고 있는 걸까.
난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걸까.
무엇에 쫓겨 헐떡이며 살아가는 걸까.
이런 나도 언젠가는 이전에 내가 낼 수 없던 소리,
내가 가진 본연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엄마 뱃속에서 나오면서 내질렀던 최초의 고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억압과 폭력에 움츠러들어 빼앗긴 내 진짜 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나의 소리를 찾게 되면
내가 이전에 할 수 없던 생각,
할 수 없던 말,
느낄 수 없던 감정들까지도 되찾을 수 있게 될까.
그 날이 올 때까지
이전의 습관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이전처럼 살지 않기 위해
익숙한 소리를 버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계속 움직여야겠지.
아직은 불완전한 나의 목소리이지만
오늘은 이 소리로 시를 한 편 읽어줄게.
그리고 다음번엔 더 좋은 소리를 찾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