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사실 오늘 아주 대단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오늘 하루종일 과자를 먹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네. 저는 그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과자를 먹어 왔습니다.
언제부턴가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 그날 밤에 먹을 과자를 한 봉지씩 사는 것이
저의 오랜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집에 돌아가는 것이 싫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불꺼진 집에 돌아와 언 집을 녹이고 적막을 힘겹게 깨어가면서
달그락 달그락 부스럭 부스럭 하는 일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밝고, 사람 많은 마트에 들어가 괜히 과자 코너 앞을 서성이며 그날 먹을 과자를 고르고,
집 앞에 도착해서 담배까지 하나 피우고 나서야
아무도 없는 적막하고 어두운 집에 들어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며 그날 사온 과자를 바삭 바삭 와그작 와그작 씹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밤에 과자 먹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습니다.
그게 배가 고프거나 과자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외로움’ 때문인 걸 알아서요
이제는 외로울 때마다 과자를 먹는 대신 이렇게 편지를 써볼까 합니다.
한때 달콤함으로 저를 위로해주던 초코송이와 프링글스, 조청유과, 오사쯔, 꼬깔콘 등의 친구들과 이제는 이별하고,
대신 조금 씁쓸하더라도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과자 씹는 소리 대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로 적막을 깨어가며 외로움을 견뎌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오늘 밤 적막과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고 계시나요?
그것이 무엇이든 거기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빨리 잠자리에 드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내일은 서울에 눈이 많이 온다네요. 빙판길 미끄럼 주의하시길.
그럼 또 외로워지면 편지 하겠습니다.
2022. 1. 18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