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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생 Samuel Sep 26. 2021

마이크로 매니저

실무형 리더

이번 추석 연휴에 여러 책과 글을 보면서 회사 일과 관련하여 제 마음 속을 사로 잡은 주제는 ‘마이크로 매니징’입니다.


IBM 라떼 이야기

이미 30년 전에 IBM에서는 매니저와 리더를 구별하며,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있음과 매니저도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IBM에서 서비스 사업이 강조/시작된 이후에는, 서비스 사업 조직의 리더들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좋을 지를 놓고 은유로서 ‘감독은 특별한 경력으로 발굴/양성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수 출신 중에서 역량있는 사람을 선발/육성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크게 있었습니다.

한국 지사와 같은 영업 및 서비스 중심의 운영을 위해서 IBM은 기존에는 신입사원 그룹을 대상으로 잠재성장성이 높은 인재를 고를 때도 이른바 MR(Marketing Rep)이라고 하는 영업 출신들은 ER(executive resources)로 정의하고 임원으로의 성장을 위해 경력을 관리하였으나, SE(systems engineer)라 부르던 기술영업/지원 출신들은 TR(technical resources)라 정의하여 기술전문가로의 성장을 위한 경력을 관리하였기에,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그 수장 및 리더들을 어느 출신으로 구성하는 것이 성과가 높을 지 논란이 되었습니다. 실무를 알아야 서비스 사업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시각과 리더는 조직과 사업의 관점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전문가는 비록 서비스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사업리더가 될 수 없다는 시각이 맞섰습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기술적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업적 마인드가 있던 ‘선수 출진 감독’들이 조직의 성장을 크게 이끈 경우도 많았고, 영업 출신이지만 서비스 사업의 특성을 일찍 간파하고 적응하여 조직의 부흥을 이끈 분들도 많았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 - 실무형 리더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은 매우 자주 Townhall meeting 또는 All-hands meeting 등을 주최하여 직원들의 질문을 직접 듣고 자신이 직접 답변을 합니다. 이 때 질문은 추상적인 경우가 있지만, 리더들의 답변은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입니다. 전략적 방향성의 강조도 빠지지 않지만, 놀라운 것은 그들의 ad-hoc 질문에 대한 답변의 상세함입니다. 평소에 깊은 관심이 없으면 알 수 없을 정도의 상세함입니다. Michael Dell이 그랬고, 서비스/컨설팅/엔지니어링을 총괄하는 Howard Elias도 그러했습니다. 전략적 리더임과 동시에 매우 실무적 리더들이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리더도 그러했고, 한국은 물론 성과가 높은 리더들은 대개 상세에 강하고 접근이 매우 구체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마이크로 매니징

한국 기업으로 옮긴 이후, 꼼꼼한 업무처리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부서장이 지나치게 세부적 업부까지 직접 챙기느라 중요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부서원 사기도 떨어뜨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부서장이 바로 저 자신이고요. 제 입장에서는 제가 조직을 성실하게 관리한다고 생각했고 바람직한 ‘실무형 리더’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업부 내의 여러 담당들이 상세를 꿰뚫지 못하고 팀리더들도 세부적 내용은 담당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혹시 있으면 이를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가 아니라 한국 대기업 본사에서의 운영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조언과 자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리가 달라지면 보는 시각도,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조언을 듣습니다. 역할과 지위에 적절하지 않게 (당연히 되어야 할 일들이 누락되는 상황이 반복되더라도) 사소한 일에까지 관여를 하면 구성원의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키고, 조직의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해본 노력들

제가 직접 챙기던 일들을 다른 리더들에게 넘기는 ‘권한 위임’과 ‘역할 변경’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권한을 넘기고 생기는 이슈들을 해결하려다 보니 오히려 더 세심하게 세부적으로 업무를 챙겨야 했습니다. 과업의 중요도, 구성원의 역량에 따라 권한 위임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배운 점이기도 하고, 모든 일이 중요해 보이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업무 내용 자체가 아니라 목표를 관리하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 교육자였던 아버지의 서재에서 보았던 책에서도 강조된 MBO (Management by Objectives)처럼요. 업무를 세세하게 확인하기 보다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정해 주고 (objectives) 제대로 가고 있는 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측정 지표(key results)를 담당/팀리더들이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목표와 측정지표 간의 괴리가 너무 커 보여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권한 위임을 하더라도 책임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될 뿐 책임전가를 할 수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앞으로 해 볼 노력들

구성원의 역량에 믿음이 가지 않을 때는, 먼저 그의 강점을 찾아 맡기고 부족한 역량을 키워주거나 도와줄 방법을 찾겠습니다. 역량을 믿을 수 없어서 내가 직접 그 일에 개입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피하려 합니다. 구성원이 기대만큼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별 수 없이 마이크로 매니징이 필요핥텐데 그 때도 업무 지시나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체계화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해서 구성원의 개인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직원들과의 소통에 마음을 쓰겠습니다.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의 수준을 낮추고 조직의 방향과 기대를 구성원들과 소통하겠습니다.

아울러 내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찾고, 더욱이 새로운 일을 찾겠습니다. 자유방임과 마이크로 매니징의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균형과 조화입니다.


마이크로 매니징에 대한 깊은 생각 끝에 나온 제 결론은 균형과 조화…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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