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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생 Samuel Oct 11. 2021

새는 둥지에, 거미는 거미줄에, 사람은 우정 안에

Nest, Web, Friendship의 공통점은?

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 

William Blake 어록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아마도 시구절이기에 동사가 없이도 의미가 있는 내용일 듯 합니다. 여기에 들어갈 동사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해봅니다. 새는 둥지에 '살고' 사람은 우정 속에 '살아간다'. 새는 둥지 안에서 '행복'하고 사람은 우정 안에서 '행복'하다. 새는 '본능적으로' 둥지를 '만들고' 거미는 거미줄을 '짓고' 사람도 '본능적으로, 천성적으로' 우정을 '쌓아간다'. 등등


기술적으로 보면, 여러 안식처 중에서도 하필 새둥지, 거미줄 등과 우정을 관련 지었는지에 대해 'Aha!' 포인트를 발견하게 됩니다.

새둥지도 새 종류에 따라 여러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재료를 얼기설기 '엮어서' 짓습니다. 거미줄 또한 세로와 가로 축을 중심으로 방사형의 거미줄을 얼기설기 짓습니다. 사람의 우정을 '관계'로 볼 수도 있고 직장이나 직업의 관점에서는 '인적 네트워크'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새나 거미나 사람이나 모두 얼기설기 서로 엮여서, 또 여러가지 재료들을 연결하여 삶을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의식주의 기본적인 문제들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사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블레이크의 시구절은 우정을 쌓아가며 사는 것이야말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정은 단순히 친구와의 깊은 정일수도 있으나, 형제자매와의 우애, 직장 동료와의 팀웍,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나누는 삶, 부부간의 깊은 삶, 그리고 나아가서는 삼위일체 하나님(神)과의 깊은 연결과 연합 등도 '천성적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음은 개인적인 사족입니다 **

우정(사랑)의 보살핌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전문가 서비스로 대체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상업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겠으나, 때로는 마음으로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 설 명절 이후 어머님이 요양병원에서 연하기능 저하로 인해 콧줄을 꽂고 침대 위에서만 생활하고 계십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찾아뵙지 못하고 있고, 그 보살핌은 병원의 간호사와 조무사들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추석 명절 이후 아버지께서 폐에 어려움이 있어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셨고, 이제는 24시간 돌보는 간병인이 어쩌면 자녀들이 했어야 할 환자 수발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늘 무겁습니다. 자녀들도 이제는 50대, 60대이기에 구순 부모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었더라도 전문가들이 하는 것처럼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식사를 위해 일으켜 앉힐 때도 주로 손으로 상체를 감싸 일으키며 힘들어 하던 자녀들에 비하면, 간병인은 등 뒤에서 발을 사용하여 밀어내는 방식으로 쉽게 앉히는 것도 보게 되며, '전문가 서비스'의 다름을 보게 됩니다. 어쩌면 자녀들이 돌보려 했으면 우정과 사랑은 사라지고 미움과 원망만 남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의 변화 속에서 깊은 사랑을 느끼고 결국에는 연민의 정으로 섬겼겠지요. 우정의 보살핌과 전문가 서비스의 차이점은 편리함도 있고 이러한 인간적인 성숙과 접촉일 수도 있습니다.
AI 인공지능이 여러 우정 영역의 일들을 대체할 수도 있고, 기계화/산업화된 환경에서 여러 우정 영역의 일들이 이미 대체되었지만, 그러한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여전히 '우정'을 쌓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더욱 깊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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