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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Jun 12. 2020

A-51.원격진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

COVID19로 부각된 원격진료, 왜 시끄러울까?

2020년 2월 말, 코로나 19로 인하여 그동안 금지되었던 전화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2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국 3,853개 의료기관의 전화 진료가 26만 건 이상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변화는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untact) 문화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변화에 힘입어 원격진료를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자 하였으나, 여러 가지 반대에 부딪쳐 원격진료 대신 비대면 진료라는 어정쩡한 명칭으로 원격진료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인데, 더구나 비대면 시대라면 당연히 비대면 진료 또는 원격 진료해야 할 텐데 왜 이리 시끄럽지?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더구나 정부와 청와대까지 나서서 원격진료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격진료(또는 원격의료, 비대면 진료, 스마트 진료, U헬스케어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 이후 원격진료라고 한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하여 한시적으로 시행한 전화진료가 생각보다 많은 건수의 진료가 이루어졌고, 환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계기로 원격진료를 적극 추진하려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원격진료는 생각보다 많은 사회적인 이슈가 있고,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원격진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럼에도 원격진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기루에 편승하여 첨단이고 멋있는 외형을 지닌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너무도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견해차도 첨예하다. 그러므로 본 글에서는 원격진료가 무엇이고, 찬반 의견은 무엇이며, 찬반 의견에서 나온 이슈들을 종합하여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원격진료의 개념과 쟁점


    가. WHO(세계 보건기구)의 정의

 

1997년 WHO(세계보건기구)는 원격진료에 대하여 ‘서로 떨어진 공간에서 모든 의료분야 전문가들이 질병이나 부상의 예방, 진단, 치료, 의료공급자들에 대한 꾸준한 교육 그리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건강 향상을 위한 유용한 정보와 의료서비스를 ICT를 사용하여 교환하고 공급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나.  우리나라 의료법의 정의  

 

우리나라 의료법 제34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보면 다음과 같다. 제34조(원격의료) ①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제33조 제1항(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에도 불구하고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볼 때 원격의료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이다. 첫째, 의료법 34조의 정의처럼 의료인이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경우, 둘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진행하는 경우이다. 이 중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법상 허용된 경우는 첫째 경우이다. 즉,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화상으로 의료적 지원을 진행해 함께 환자를 치료할 수는 있지만, 의사가 현장에 있는 다른 의료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환자에게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원격진료 관련하여 시끄러운 이유는 현재 불법인 의료인과 환자 간의 진료를 원격으로 허용하려는 방향이 코로나 19가 발생하고 있는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 전면적으로 바꾸려는 정책 때문이다.



2.  원격진료에 대한 찬반 주장

 

그렇다면 원격진료에 대한 찬반 주장의 내용은 무엇인가? 원격진료 적용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찬성>

첫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대상자들을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일의 사회적,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하다. 둘째, 현재의 의료 방식은 급성 질환 진료 중심의 낡은 시스템이다. 사회와 의료기술의 발전, 그리고 고령화와 함께 도래한 만성 질환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원격 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즉, 찬성하는 입장은 기술 발전과 인구 변화 그리고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 도래에도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원격진료가 가능하고 세계적인 추세인데 왜 적용하지 않는가라는 것이 찬성 주장의 핵심이다.


<반대>

첫째, 원격의료가 제도화되면, 유명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게 되므로, 영세한 병원과 의사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둘째, 원격의료는 진단과 치료의 과정이 안전하지 않다. 셋째, 이렇게 동네 의원들이 무너지면, 대면 진료 중심의 일차보건의료   체계가 무너진다. 넷째, 우리나라는 가까운 거리에 의료기관이 있으며, 인구밀도가 낮아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힘든 나라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즉, 현재도 큰 문제없는데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토가 크지 않고 의료 접근성이 문제 되지 않는데 왜 영세 병의원을   위협하는 원격의료를 강행하느냐가 반대 주장의  핵심이다.


이상과 같은 원격진료에 대한 찬반양론을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여 보지 않는다면 양쪽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 주장마다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찬반 주장에 내포된 공통된 내용 좀 더 자세히 살표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1) 개념 문제 (2) 법과 제도 문제 (3) 영리성과 사업 전망 (4) 안전 문제 등 4가지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  원격진료 시행 관련 세부적인 문제점


    가. 개념 문제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원격진료는 용어로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고,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용어까지 등장하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앞의 법률적인 개념과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서도 보았듯이 원격진료라는 공식적인 명칭이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격진료라는 명칭을 정확하게 사용한다 하더라도 부가적으로 결정해야 할 내용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원격진료라는 법적 용어를 두고도 여러 가지 다른 용어들을 혼용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아류적인 표현을 차치하더라도 원격진료라는 법률적인 개념을 명확히 적용한다 하더라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문제점들이 많다. 물론 이런 개념상의 문제는 원격진료 도입 여부를 결정한 후 하나씩 정해 나갈 수도 있지만,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진료를 시행하겠다는 정책이 먼저 발표됨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원격진료 범위  

원격진료는 사용하는 기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에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전화 진료를 원격진료라고 할 수 있다. 화상 통화를 원격진료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챗봇, 인공지능 스피커,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반의 진료까지도 원격진료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인 의미에서 원격진료를 본다면 당연히 후자를 의미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전화 진료조차도 코로나 19가 아니라면 원격진료인지 아닌지 조차 개념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두 번째 어떤 내용이 원격진료냐라는 기준에서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즉, 원격진료가 화상진료, 전화진료, 채팅 진료, 이메일 진료 등과 같은 진료냐, 아니면 데이터 분석이냐, 또는 1차 의료기관에서 해석할 장비가 없어 멀리 떨어져 있는 전문기관이나 큰 규모의 병원에 의뢰하여 물어보는 2차 소견 요청이 원격진료냐, 또는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에 대한 건강 정보 모니터링이냐의 문제도 원격진료의 범위 측면에서는 불분명하다


(2)  원격의료 주체

현재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1,2,3차 의료전달체계를 적용하고 의사와 환자가 얼굴을 마주 보고 진료하는 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원격진료를 적용하면 누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가의 주체 문제에서 ① 의사라면 1,2,3차 구분 없이 모두 원격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인지 ②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1, 2, 3차 병원을 기준으로 제한을 둘 것인지 ③ 지역별로 제한을 둘 것인지 등 원격진료를 수행할 주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2]

현재 코로나 19로 인한 한시적 전화 진료는 모든 의사가 원격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향후 원격진료를 시행할 때 현재와 같이 모든 의사에게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의료전달체계를 보면 1차는 가벼운 질환에 대하여 외래 진료를 중심으로 하고, 2차는 입원 가능한 진료를 시행하며, 3차는 중증환자 진료를 실시하도록 하면서 환자가 3차 병원으로 직접 내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만일 지금처럼 모든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허용할 경우 1차 병의원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소형 병의원들의 반대 의견은 거셀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격진료도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적용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시간이나 물리적 제한을 없앨 수 있는 원격진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3)  원격진료 대상

현재 우리나라 원격진료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의료인에게 지식과 기술을 전하는 형태만 허용되어 있지만, 향후 원격진료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된다면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① 한국의 환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형태 ② 만성질환, 호흡기 질환 등 일부 특수 질환 대상자만 이용할 수 있는 형태 ③ 어느 특정 지역에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형태 ④ 도서산간지역이나 벽오지, 군부대, 원양어선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형태 ⑤ 현재와 같이 의료진 간에만 적용하는 형태 등 다양한 형태 중에서 어떤 형태를 적용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특별한 제한이 없는 편이다. 우리와 유사한 상황인 일본의 경우 도입 초기(1997년)에는 도서벽지 환자 및 9가지 만성질환자(재택 당뇨병 환자, 재택 고혈압 환자, 재택 천식환자, 재택 산소요법을 하고 있는 환자, 욕창 있는 재택 요양환자, 재택 뇌혈관 장애 요양환자 등)를 대상으로 허용한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2015년부터는 전면 적용하고 있다. 즉, 일본은 처음 원격진료 도입에서부터 전면적인 원격진료 도입까지 약 18년의 준비기간을 가진 셈이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기의 발전과 국민들의 의식 수준 향상으로 일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형태를 따라가는 것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나. 법과 제도 문제

 

(1) 의료전달체계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병의원과 종합병원 등의 역할을 구분하여, 환자들이 먼저 병의원을 거친 다음 필요한 경우 종합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전달체계는 다소 느슨한 적용을 하고 있어 환자가 1차 병원을 거치지 않고, 3차 병원으로 바로 갈 수도 있고, 1,2차 병원은 진료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3차 병원으로 가기 위한 의뢰서 발급 목적으로만 가능 경우도 흔하다. 이로 인하여 상급종합병원 쏠림이라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일개 병원의 병상수가 3,000 병상에 육박하는 기형적인 구조까지 탄생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시간적, 물리적인 제약이 없어지는 원격진료의 주체와 대상이 불명확한 상태로 원격진료가 적용된다면, 한국의 전체적인 의료 시스템은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격진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전달체계를 확고히 하는 것이 먼저 선결되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가 명확해지면 원격진료도 의료전달체계를 근간으로 대면진료의 대체수단으로 사용된다면 혼란이 적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의료전달체계가 원격진료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인데 왜 의료전달체계가 확고하게 정립되고 있지 못한가? 의료전달체계 문제 또한 원격진료처럼 개념상의 문제 제도상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풀지 못하는 과제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2019년 9월 단기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의지를 발표했다. 그리고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2020년 6월에 발표하려 했으나 코로나 19로 인한 감염병 전달체계 마련이 아직 미흡하여 2020년 7월 중 의료전달체계를 발표를 잠시 미루고 있지만 정부도 의료전달체계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3]


의료전달체계가 중요하고 복잡한 이유는 의료기관에서 볼 때 지역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중증과 경증 환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급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하여 응급실로 찾아온 환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동안 진료받아 왔던 재진 환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이동의 자유와 진료를 받을 권리가 분명히 있는데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이동과 진료를 제한할 경우 위헌적인 요인까지 갈 수 있다. 즉, ‘나는 감기에 걸려도 수도권 대학병원의 진료를 꼭 받아야겠다’, ‘나는 돈을 더 내더라도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겠다’라는 환자들을 막을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적인 성격 때문에 국가에서 관리해 오고 있는 건강보험과 의료체계임에도 불구하고 돈 있는 사람들은 의료전달체계와 관계없이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형태가 나타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거기에 의료전달체계에 따른 수가는 더 복잡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2) 수가 문제

의료수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적, 국가적,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시킨다. 한국에서도 우스개소리로 ‘한국의 의료문제는 A부터 Z까지 수가 문제이다’라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문제가 수가와 연관되어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단시간 내에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적은 재원으로 전 국민 건강보험을 적용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적용된 낮은 수가가 정부와 의료기관 간 문제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의료전달체계나 원격진료 모두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건강보험 수가를 어떻게 배분하여 수요자, 공급자, 의료기관 등 모든 관련 주체가 불만 없이 체제를 유지할 것이냐의 문제와 연관된다. 실제로 건강보험 재정이 풍부하여 모든 연관 주체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적용하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한국 건강보험 수가 문제는 고령사회 도래로 인한 노인 의료비의 빠른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 위기 등으로 인하여 쉽게 수가를 올려줄 수 없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징수를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정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의 인상은 물가의 인상으로 연계되고 정치적인 이슈가 되기 때문에 이 또한 쉽게 인상하지 못하는 구조이다.


원격진료 수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한시적으로 적용된 ‘전화 상담 관리료’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전면 면제되는 한시적인 방법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종료되고 다른 부분까지 원격진료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지금 형태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격진료 수가도 다음과 은 세 가지 범주 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① 대면진료보다 더 주는 방법 ② 대면진료보다 적게 주는 방법  ③ 대면진료와 똑같이 주는 방법이다.  

먼저, 대면진료보다 수가를 더 주는 방법은 의료기관에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수가 형태이다. 왜냐하면 원격진료를 적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되고, 이를 담당할 인력이 필요하므로 비용이 투자될 것이며, 의료기관은 이 비용을 수가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① 얼마나 더 줄 것이냐의 적정성 문제 ② 더 주는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의 재정 문제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원격진료 적용이 더 발전된 ICT를 통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시간을 확보하고 진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재원이 더 들어가게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 또한 딜레마가 된다.  

두 번째 대면진료보다 수가를 적게 주는 방법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존에 하던 대면진료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 없는데 괜히 원격진료를 위해 투자하고 대면진료보다 수가를 덜 받게 되는 형태이므로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 환자입장에서는 수가가 낮으므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 환자들이 ‘닥터 쇼핑’을 할 수 있다. 집에 앉아서 전국의 의사들을 골라가면서 동일한 질병에 대해서 여러 번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면 진료를 적용하여 시간적, 물리적 한계를 주고 있는 현재 의료시스템에서도 저수가로 인한 ‘병원쇼핑’이나 ‘닥터 쇼핑’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이런 현상은 더 많이 벌어지게 된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 여러 번의 중복 진료를 통한 의료비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 대면진료와 동일한 수준의 수가를 받는 경우가 그나마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이는 이미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대면 진료와 동일한 수가를 적용하고 있는 선례도 있고 환자나 의료기관 양쪽 모두에게 최소한의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수가의 문제와 원격진료를 위한 추가적인 시스템 구축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게 된다.


    다.  영리성과 사업 전망

 

(1)  의료 영리화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의료 영리화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현행 한국의 의료법과 제도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첫째, 의료 영리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영리화와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 중 하나라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모두 현행 법상 불가능하다.  둘째,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화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원격진료에서 영리화가 가능하다면, 대면진료 상태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나라 의료법에서 병원 설립의 주체는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이다. 그러므로 비영리법인에서 설립한 병원은 비영리병원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만일 현재 있는 의료기관이 영리병원으로 바뀌려면 기존의 병원을 페업하고 새로 영리병원으로 설립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영리법인은 법적으로 사회적 재산이므로 매매할 수 없으며, 페업할 경우 국가에 귀속된다.  넷째, 우리나라는 이미 수도권의 경우 의료기관 포화상태이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곳은 지방인데 지방에는 환자들이 적기 때문에 영리병원이 적자를 감수하고 지방에 병원을 설립할 리 없다. 그러므로 영리병원이 들어온다면 수도권에 들어올수 밖에 없다. 그러나 수도권에는 이미 비영리병원이 포화상태에 있어 영리병원이 적절한 입지를 찾을 수 없다. 또한 현행 의료법상 영리법인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료업은 규제가 많고, 저수가 구조이므로 영리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다. 다섯째, 영리병원이 생긴다 하더라도 일부 비급여 의료행위에 집중하는 특화된 병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국 의료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므로 환자들이 비싼 비급여를 제공하면서 영리병원을 이용할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영리병원 설립의 매력이 없다. 여섯째,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적용되므로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이상 의료비를 마음대로 올려받을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이 제한적이므로 영리병원이 영리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다. 일곱째, 영리병원 도입 여부는 원격진료와 무관하게 이미 적용되고 있다. 예를들어 동네의원은 의사 개인이 설립한 것이며, 이득이 발생할 경우 의사 개인이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고, 의원을 사고 팔 수도 있다. 즉,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개인이 설립한 소규모 병의원은 이미 영리병원이며, 다만,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법인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비영리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는 대대적인 규모의 영리병원은 들어올 수 없고, 들어올만한 매력도 없으므로 원격진료와 영리병원과는 관계 없는 이슈이다.


(2) 원격진료 관련 산업 전망

원격진료를 통한 의료 관련 산업은 언론 매체의 보도처럼 4차산업혁명시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있는 새로운 먹거리이며 선도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전체적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원격진료 관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에 참여하는 기업이 큰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가부분에서 살펴 본 것처럼 원격진료 수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원격진료 관련 산업이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진료를 포함한 모든 필수 의료 행위, 의료기기의 가격까지 정부가 정해준다. ‘모든 필수적인 의료 행위를 급여화하겠다’는 문재인케어가 시행된 이후, 정부의 가격 결정력은 더욱 높아졌다.[4] 그리고 누누히 지적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의 수가는 저수가 구조이다. 뿐만 아니라  원격의료 관련 회사는 요양기관이 아니므로 의료법상 진료비를 직접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원격의료 관련 분야에 뛰어든 회사는 의사와 환자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플랫폼 정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일회성  초기 구축비 정도의 수익이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 수익을 많이 발생시킬 수 있는 중증환자는 병원에 입원하여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직접 대면 진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원격진료 대상 환자는 대부분 가벼운 증상이거나 대면 진료 후 재진 환자가 주로 대상이 될 것이므로 원격진료 대상 자체가 수익성이 높은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체의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므로 원격진료를 통한 수익을 발생시키려면 싸더라도 많은 환자가 이용하는 형태 즉, 박리다매를 통한 수익구조밖에 없는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이용실태를 보면 코로나 19가 성행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도 대형 종합병원에는 코로나 19 발생 이전의 95% 수준으로 환자가 내원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환자들은 원격진료 대비 대면진료를 더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 미국의 원격진료 이용자를 보더라도 2005년의 206명에서, 12년이 경과한 2017년 20만명 수준으로 증가하였지만, 비율로 따지면 1,000명당 0.02명에서, 1,000명당 6.57명으로 증가한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은 미국처럼 나라가 크지 않고 대면진료비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의료 접근성 높아 원격진료 이용환자는 더 낮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 관련하여 기업체들이 매력을 느끼고 전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나마 희망이 있는 분야는 탈모, 발기부전, 금연, 피임 등과 같이 환자가 외부에 노출되기 실허하거나 명확하게 진단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일부 질환 분야 정도가 가능할 것이므로 대대적인 기업투자 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형태의 참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 기술을 개발하여 성공하려고 한다면, 내수 시장보다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이 입증된 의료기관의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국내 대기업들이 전폭적인 투자를 통하여 의료-산업 협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원격진료 장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출하는 방법이 활로가 될 것이다.  


 

    라. 안전 문제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에 비해서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 대면진료에 비해서, 원격진료는 의사의 감각을 모두 사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면진료보다 위험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인 의료진의 입장이다. 안전성 문제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보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원격진료를 초진으로 하는 경우와 대면 진료 이후에 약처방등을 중심으로 한 재진인 경우 안전성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다. 당연히 재진 환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입원해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원격진료를 요청한 경우와 단순한 감기 환자가 원격진료를 요청한 경우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안전의 문제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환자가 판단하는 원격 진료와 의료진이 생각하는 원격 진료에 대한 체감적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코로나 19가 발생한 2020년 2월 23일∼3월 8일까지 6,840명의 전화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전화진료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906명 중 87%가 “상태를 설명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진료가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전화 진료를 실시한 의료인(155명)의 85.8%는 불만을 표시했다. “대면 진료는 청진, 촉진을 하면서 환자의 안색과 걸음걸이도 살필 수 있다. 전화 진료는 그렇게 하지 못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5] 그러므로 완격진료가 안전하게 제대로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인증평가와 같은 형태의 원격진료의 질 관리에 대한 철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이 원격진료의 개념, 찬반 주장 그리고 찬반 주장에 따른 원격진료의 (1) 개념 문제 (2) 법과 제도 문제 (3) 열리성과 사업 전망 (4) 안전의 문제 등을 살펴보았다.  4차산업혁명이 우리 곁에 이미 다가 와 있고,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들이 더 빠른 주기로 도래할 것이 예측되는 현 시점에서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논의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원격진료에 대하여 사전에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고, 내수 시장만으로는 원격 시장에 대한 사업 전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원격진료는 내부적으로 도서벽지 등 접근이 어려운 지역과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사업적으로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한국의 우수한 의료수준과 경험을 모아 대기업과 의료기관의 협업을 통한 결과물을 전세계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 의료기관, 기업이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다.  



          

[1]  “원격진료,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헬스컨슈머, 2020. 5. 18일자 기사 재편집


[2] 한국의 원격의료에 대한 생각, 그 생각에 대한 생각, 최윤섭의 헬스이노베이션 홈페이지 중에서 재편집


[3]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발표 전격연기…7월중 매듭”,메디컬타임스, 2020. 6. 12일자 중에서 재편집


[4] 문재인케어 쟁점 : 비급여의 급여화, 건강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 우려, 입소스, 2019. 3. 19일자


[5] 한시허용된 전화진료… 환자 87%만족,의료진은 86% 불편, 동아일보, 2020. 5. 2일자 중에서 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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