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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Jul 07. 2020

A-54.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4차산업혁명시대, 의심과 질문으로 극복하라

누구든 철학 책 몇 권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철학 책을 읽다 보면 역사와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고 생각한 적 없으신가요? 철학은 고대철학에서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사는 동안 궁금했던 것이나 고민 또는 진리를 찾아 고뇌한 학문이기 때문에 그 역사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정치, 예술, 사회, 과학 등 범위도 매우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렵지요. 


그런데 철학을 역사나 내용으로 보는 방법 말고 방법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철학이 계산하는 것인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험하는 것인지? 의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포스텍 석좌교수인 이진우 교수는 [의심의 철학]에서 철학이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정치, 경제, 문화, 사람과의 관계 등에 대하여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것에 의심을 품고 질문을 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했어요. 

[출처 : https://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8109]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르게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의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의심을 품고 질문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발전이나 진보의 개념이 아닌, 질문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묻기도 하지요. 그냥 현실에 순응하고, 현실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짐승과 차이가 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의심은 철학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체코 출신의 미국 테니스 선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Martina Navratilova, 1956년 10월 18일 ~)는 1970년대와 80년대 전 세계 랭킹 1위의 전설적인 프로 테니스 선수였어요. 그녀는 그랜드 슬램 단식에서 18회, 복식에서 31회(역대 최다 기록), 그리고 혼합복식에서 10회 우승하는 등 초인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테니스 선수였습니다. 특히 윔블던 단식 결승에는 총 12회 진출하였으며, 9회 우승하였지요. 이런 그녀에 대해 12개의 그랜드 슬램 단식 타이틀과 16개의 그랜드 슬램 복식 타이틀, 그리고 11개의 그랜드 슬램 혼합복식 타이틀을 차지했던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여자 테니스 선수인 빌리진 킹(Billie Jean King, 1943년 11월 22일~ )은  "나브라틸로바는 단식, 복식 그리고 혼합복식까지 모든 종류의 테니스 경기에서 지금까지 생존했던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라고 평가할 정도였어요.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170514011900007]

그런데 나브라틸로바 선수에게 힘든 고비가 있었는데 바로 크리스 애버트(Christine Marie Evert)에게 1위를 내줬을 때라고 합니다. 크리스 애버트는 1970년대 중후반을 지배하고 70년대 후반부터 나브라틸로바와의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치며 총 18개의 그랜드 슬램 여자 단식을 우승한 통산 89.96%의 승률(1309승 146패)의 여자 테니스 계 전설 중 한 명인 미국 테니스 선수였지요. 


나브라틸로바는 크리스 에버트에게 1위를 내주었을 때 그동안 그녀가 해 왔던 모든 훈련을 점검하고 의심을 했어요. 질문도 하고요. 그리고 깨달았죠. 그녀는 타고난 재능과 정형화된 훈련을 반복해 왔고, 그것은 전부 상대에게 파악되었다는 것을요.  이후 그녀는 모든 것을 다 바꿉니다. 테니스 선수지만 발놀림을 더 가볍게 하기 위해 농구선수처럼 훈련하고, 보디빌더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등 전혀 다른 훈련 방법을 적용했지요. 이런 그녀에 대하여 동료들도 언론도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어요. ‘나브라 틸로바는 이제 끝났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보란 듯이 재기하였지요. 변형된 훈련을 시작하기 전 크리스 에버트와의 전적이 4:21이었는데 그녀가 은퇴할 때는 43:37로 역전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그녀의 성공은 “테니스 훈련만으로 테니스 최고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나브라틸로바의 경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에 의심을 품고 질문을 던져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꿀 때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있어요.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더불어 환경에 대한 우려와 건강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가짜 고기) 분야의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출처:https://yimjang.tistory.com/entry/Beyond-Meat-vs-Impossible-Food]

임파서블 푸드는 “고기를 먹기 위해 꼭 고기가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육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임파서블 푸드가 이런 연구를 하기 전에 이미 콩을 갈아 글루텐으로 굳히는 방식의 콩고기가 있었어요. 그러나 식 감과 맛이 고기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새롭게 접근을 하지요.  “ 고기를 고기답게 맛있게 만드는 것이 뭐지?”라는 의심을 품고 연구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헴(heme. 헤모글로빈)이 고기를 붉게 하고 맛과 향에도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임파서블 푸드는 이 연구를 통하여 식물의 뿌리에도 존재하는 한다는 헴(heme. 헤모들 로빈)을 이용하여 실제 고기 맛을 내고 식감이 좋은 대체육을 만들어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에 고기 없는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출시하여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요.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의심과 질문 그리고 꾸준한 연구였지요.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화장품, 향수, 향료, 식‧음료, 의약품 및 기능식품 원료업체 심라이즈(Symrise AG)는 2019년 IBM과 함께 인공지능(AI향수를 만들기 위하여 인공지능 조향사인 필리라(philyra)를 만들었어요. 인공지능 조향사를 만든 이유는 단순한 의심과 질문에서 시작되었지요. “향수를 만들기 위해 꼭 냄새를 맡아야 하나?”, “그런데 조향사들은 세상의 모든 냄새를 구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말입니다.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조향사들의 역량을 확인해 보니 유능한 조향사라 할지라도 약 1,300여 종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었지만, 수 없이 존재하는 냄새를 전부 구별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출처: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48013]

그래서 이 회사는 질문을 하나 더 던집니다. “만일 AI가 향수를 만든다면 새로운 조합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었지요. 그리고 인공지능(AI)에 냄새를 학습(머신 러닝)시켜 무려 190만 종의 향기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조향사 이름을 딴 필라라(philyra)라는 인공지능 샘플 향수를 만들어 “독창적이며 참신하다.”,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다”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심라이즈(Symrise AG)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9년 10월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IBM 싱크 서밋’(IBM Think Summit)에서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향수 ‘베를린 3.0’(Berlin 3.0)을 공개합니다. 


‘베를린 3.0’ 개발은 IBM의 디지털 조향사 ‘필리라’(Philyra)로 부터 도움을 얻은 심라이즈 측이 베를린 최대의 번화가로 알려진 쿠르퓌르스텐담(Kurfṻrstendamm)과 베를린 동물원 사이에 위치한 유명 쇼핑몰 ‘비키니 베를린’(Bikini Berlin)을 찾은 쇼핑객들로부터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개발한 향수라고 합니다. 제작 과정 역시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빅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이지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개발된 향수는 개별 고객들의 취향에 완벽하게 부응할 수 있고, 조향사에 의해 한층 세련미를 추가하여 이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한 향수를 만들어 낼 수 있었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190만 종에 해당하는 냄새 구분을 통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향수를 만들 기대감을 갖게 하였지요. 


지금까지 상식으로 믿고 누구나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의심을 품거나 질문을 하게 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할 상대방이 매우 힘들고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철학도, 과학도, 정치, 사회, 인간관계, 비즈니스 등 모든 거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무엇인가 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단순합니다. 의심하는 것입니다. 질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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