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노래하고 김목겸이 작사한 ‘어는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노래의 첫 소절입니다. 이 노래는 김 광석 씨가 생전에 통기타를 치며 두 눈 지그시 감고 담담하게 부를 때, 듣는 이의 가슴을 적시게 했던 노래였죠. 지금은 미스터 트롯에서 진을 수상한 임 영웅 씨가 본선 3차전에서 부른 노래로 더 유명합니다. 무려 2,000만 뷰가 넘게 들은 노래이니 요절한 김 광석 씨도 흐뭇하게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요즘 TV를 보면 트로트가 대세입니다. 특히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소위 Top7’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로 인기죠. 그리고 그들의 인기는 불쏘시개처럼 한 번에 타올랐다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죠. 왜 그럴까요?
원래 트로트(Trot)는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의 한 장르인데 영어 의미는 '빠르게 걷다', '바쁜 걸음으로 뛰다' 등을 뜻합니다. 트로트는 1900년대 초 미국과 영국 등에서 4분의 4박자 곡으로 추는 사교댄스의 스텝 또는 그 연주 리듬을 일컫는 폭스트로트(fox-trot)가 유행하면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트로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말부터 엔카[演歌]의 영향을 받아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보니 초기 트로트는 일본 가요에 많이 동화될 수밖에 없었겠죠. [1] 8. 15 광복 후에는 왜색의 잔재를 없애고 주체성 있는 건전가요의 제작과 보급, 팝송과 재즈 기법 등이 도입되면서 엔카풍의 가요가 새로운 이름을 얻었는데, 일명 '뽕짝'입니다. 지금도 트로트를 뽕짝이라 부르는 기성세대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죠. 한국에서 트로트는 해방 이후 1960년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뒤, 1970년대에 이르러 폭스트로트의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되, 강약의 박자를 넣고 독특한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독자적인 가요 형식으로 완성되어 지금의 한국 트로트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2]
그런데 최근 '내일은 미스터 트롯'으로 세간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트로트 스타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어떤가요?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전통적인 트로트 리듬인가요? 1960년대와 70년대에 유행한 전통적인 트로트 형식에 해당하나요? 앞에서 언급한 60대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가 전통 트로트에 해당할까요? 최종 결승에서 4위를 차지하고 트바로티 라 불리는 김호중의 음악 배경은 성악입니다. 이탈리아 유학으로 성악을 공부한 가수죠. 그가 부른 노래가 과연 트로트일까요? 지금 미스터 트롯 Top7이 부르는 노래는 또 다른 하나의 장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뉴 트로트(New Trot)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최근 10여 년간은 아이돌을 중심으로 힙합과 군무 그리고 비주얼적인 요소로 가요계의 유행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이 유행은 뒤집힐 수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구태의연하고 옛날 노래라는 인식이 강한 트로트가 다시 세상이 중심에 선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요?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PRL7jJUqUaU
삼성 SDI가 발표한 ‘내일은 미스터 트롯’ 성공 비결 5가지는 [3]첫째, ‘숨은 인재의 재발견’입니다. ‘진·선·미’에 오른 임영웅, 영탁, 이찬원뿐만 아니라 결선에 오른 7명도 그렇고, 미스터 트롯 대부분의 출연진은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죠. 그래서 신선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입니다. 두 번째는 ‘관성에서 벗어난 변화 추구’입니다. 트로트라는 한정되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장르인데도 불구하고 출연자들은 격정적인 군무와 봉춤을 선보였고, 2007년생 정동원 출연자와 최연장 장민호 출연자의 신구간 1:1 대결 등 다채로운 경쟁 요소와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변화를 추구했죠. 세 번째 성공요인은 ‘창조적 복제’입니다. 미스터 트롯은 송가인이라는 스타를 탄생시킨 ‘내일은 미스 트롯’의 후속 편 성격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스터 트롯은 그냥 속편의 성격을 뛰어넘어 이전의 영광을 계승하면서도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흥밋거리를 채워 넣으면서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는 ‘기본과 본질’입니다. 매회 선보인 다양한 퍼포먼스와 출연진들의 탄탄한 기본기는 트로트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모았죠. 더구나 뉴미디어와 음원 시장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장년 세대까지 끌어들이면서 대중문화의 트렌드에도 변화를 일으킨 것이죠. 다섯 번째로 ‘실패의 경험과 실패 후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장민호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입상했고, ‘진’ 자리에 오른 임영웅은 과거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겪은 실패의 아픔을 딛고 미스터 트롯에서 우승의 영광을 거머쥐었지요.
그런데 '내일은 미스터 트롯'은 프로그램 자체의 성공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도 각 방송사 프로그램 섭외는 물론 광고계까지 휩쓸고 있습니다. 그들의 지속적인 인기 유지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일시적인 반짝 성공이 아니라 당분간 유행을 선도할 ‘지속적인 성공 유지 요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바라본 지속적인 성공 요인 역시 5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뉴 트롯(New trot)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만일 이들이 전통적인 트로트를 고집했다면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들의 도전 곡은 ‘저것이 트로트야?”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불렸습니다. 다른 장르의 노래에 트로트적인 창법을 가미하거나 편곡하여 노래 함으로써,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것이죠. 우리나라의 전통 트로트는 한이 서려있고, 슬픔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뉴트로는 눈물은 흐르는데 한이 느껴지지는 않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것이 성공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째는 ‘실력과 도전 정신’입니다.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야의 노래를 도전하거나 김호중처럼 성악을 버리고 트로트 기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등 탄탄한 노래 실력을 기반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자극을 받은 탓일까요? 소위 레전드라고 불리는 기존 트로트 가수들도 도전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트로트 열풍에 힘을 가세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트롯 신이 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김 연자 씨는 임재범의 ‘너를 위해’라는 락(Rock)적인 노래를 자신에게 맞도록 바꿔 불렀는데 얼마나 매력적으로 불렀는지 모릅니다. 셋째는 ‘팀워크’입니다. ‘내일은 미스터 트롯’ 경연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 1위만이 아니라 7위까지의 가수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팀으로 출연하여 좋은 팀워크를 보여 주었다는 것입니다. ‘내일은 미스 트롯’에서는 ‘송가인’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냈지만, 그 한 사람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면, 미스터 트롯은 Top7이 후속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좋은 팀워크를 보여준 것이 성공요인입니다. 넷째는 ‘익숙하게 친숙하기’입니다. 과거에는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하면 평상시 절친인데도 불구하고 존댓말을 사용하거나 깍듯이 예의를 지키는 등 어색하기 그지없는 연출을 하곤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ICT의 영향으로 스타들의 일면들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연예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방영되기도 합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그들도 똑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Top7 트로트 가수들이 TV에 방영되는 모습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방영되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친숙함으로 대중들에게 더 많이 어필되고 있습니다. 다섯째는 ‘스토리텔링’입니다. 아무리 훌륭하게 노래를 잘한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연이나 스토리가 없는 경우 싫증 납니다. 그런데 미스터 트롯 Top7은 여러 가지 스토리가 존재합니다. 개개인적인 실패담은 물론 특이한 스토리들은 이들의 인기를 더해주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똑같이 되돌아 오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변화지만 그 변화 요인이 큰 틈을 만들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죠. 새로운 문화로 정착될 뉴 트로트는 그래서 익숙한 듯하면서도 신선한 새로운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한결같지 않은 것, 그것이 바로 인기의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