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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Aug 02. 2019

A-02. 통합적 사고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4차 산업시대, 의료기관에 필요한 리더는 어떤 리더인가?

1. 환경이 변하고 있다.


최근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환경이 많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어제도 있어 왔고 내일도 있을 것이며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변화가 없다면 호기심도, 추진력도, 기대감도, 두려움도, 발전도, 희망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라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of Ephesus)의 말처럼 변화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변화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이다. 변화 자체는 당연한 것이지만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는 다른 문제이다. 변화가 ‘매우 빠르고 크게 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의 지향은 달라질 수 있다.



2.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크다면 이에 대한 대응도 빠르고, 크고, 대담한 혁신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혁신적인 전략도 위험하지 않고 저항이 없거나 반대급부가 없는 경우는 없다. 혁신의 규모가 크고 빠르고 전면적일수록 그에 따른 희생과 실패 가능성도 같이 증가한다. 단기간 내에는 위로부터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반대 저항도 잠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이 나타나는 예는 수 없이 많다. 그러므로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주변에서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할 수 있는 소소한 변화일 수도 있다. 비를 막을 때 최첨단의 고층 인텔리전트 빌딩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비 새는 구멍에 기왓장 하나 얹는 것도 방법이기 때문이다. 작은 성공스토리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게 저항감 없이, 거부감 없이 하나씩 하나씩 축적해나감으로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성공스토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이 정도면 됐어(Good is the enemy of great)’라는 타성이라고 하였다. 성공스토리 또는 변화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것은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사람들은 무엇인가 이름을 짓거나 규정하거나 정의하려고 하는데 그 순간부터 고정관념에 빠지게 된다고 하였다. 성공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상식과 지식, 선입견, 편견을 깨야 얻을 수 있다. 혁신은 이루기도 힘들지만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이는 혁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미 익숙한 고정관념에서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전문가의 전유물이라 할 수 없다.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때로는 전문가의 눈을 버려야 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수많은 지식을 쌓아야 하며, 그로 인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인식의 왜곡을 가져오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을 예상할 때,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cognitive bias)-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창의적인 면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전문성이 높지 않아도 창의적이 될 수 있다. 고로 진정한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은 작은 성공스토리들이다.



3. 의료기관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최근 대형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과거에 없던 조직들의 탄생이다. 그 이름도 환자공감센터, 창의(創意)센터, 이노베이션 디자인센터(Innovation Design Center), 서비스 디자인센터(Service Design Center) 등 다양하다. 이러한 조직들은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혁신센터(Center for innovation)와 클리브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의 환자경험국(office of patient Experience)에서 영향을 받은 조직으로 의료조직의 전문성 추구를 위한 조직과는 결을 달리하는 영역으로 의료와 디자인 분야가 접목된 형태이다.   


다학제팀진료 <사진출처 : 구글 검색>


의료기관에서의 변화 양상은 조직뿐만 아니라 임상진료 영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시행되던 팀 진료의 수가가 일부 인정됨으로써,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다학제적인 팀 진료(Multidisciplinary Team Approach)가 활성화되고 있다. 팀 진료는 아직까지 투입되는 자원 대비 효율성 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환자 만족도 향상은 물론 진료적인 면에서는 만족할만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임상 조직도 전통적인 과(科) 중심 진료에서 팀 진료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팀을 넘어 센터로, 센터를 넘어 병원 내 병원(Hospital in hospital)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암 병원, 심장혈관병원, 치과병원, 재활병원, 스마트병원 등 그 형태와 규모도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와 같은 변화의 형태가 의료진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환자를 중심으로 한 변화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작년부터 시작된 환자경험평가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4. 4차 산업시대, 의료기관에 통합적 사고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의료기관의 변화 속에서 병원경영 전문가들의 역할도 점차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의료인력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병원경영 분야가 환경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은 미국의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일본의 조직구조가 결합된 형태로써, 세부 전공 분야에 집중적인 교육과 훈련이 실시됨에 따라 의료인들은 일정한 전문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확보되었지만 복잡한 환경변화 속에서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므로 의료인들은 수술과 연구 및 진료 등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기관을 경영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인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최고 행정 책임자인 제프리 코스모(Geoffrey Cosmo)는 “병원 행정가는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의료진들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지원하며, 연극에 비유할 때, 관객이 가족과 환자라면 의료인은 배우에 해당하고 병원 행정가는 연극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무대 앞, 뒤에서 모든 역할을 다하는 위치이다”라며 병원 행정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유명한 병원 행정가 데이브 레너드(Dave Leonard)도 “병원행정가란, 진료의 모든 행위를 하나로 모으는 접착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것들이 삐걱대지 않고 부드럽게 굴러가게 하는 경영모델을 만들고, 협력을 통한 최대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보의 세계 < 사진출처 : 구글 검색>


병원은 다학제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 노동집약적인 전문가 집단이다.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 수십 개의 임상과와 지원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이 전문가 집단이다. 그런데 세포조직처럼 각자 역할을 하는 병원 환경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을 허무하게 무너뜨릴 정도로 빠르게, 통합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이제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고 큰 변화가 일어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복잡계를 관통하는 알고리즘을 볼 수 있는 통합적인 사고를 갖춘 전문가를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병원 행정가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다양한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진 의료조직 안에서 접착제의 역할 수행을 넘어 서로의 전문성을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고,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통합적인 사고를 통해,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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