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폰이 많아지고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여기저기 사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진 찍을 때 취하는 포즈를 보면 다양한 자세가 있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제스처는 세 가지 유형이다.
가장 많이 취하는 자세는 오른손 주먹을 가슴 또는 어깨 높이로 들면서 외치는 ‘파이팅’ 자세이다. 특히 이 자세는 개인 뿐만 아니라 단체로 사진을 찍을 경우 꼭 한 번은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치며 찍는다. 다음 제스처는 검지와 중지를 펴서 얼굴 가까지 갖다 대며 귀여운 모습으로 사진 찍는 ‘V’ 포즈이다. 세번째 제스처는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만들거나 양손과 양팔을 이용하여 만들기도 하고,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살며시 겹쳐 만드는 ‘♡’ 자세이다.
그렇다면 이런 포즈는 어디에서 왜 생겼을까?
그리고 조심해야 할 자리는 없을까?
‘파이팅’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유래하였는가?
'파이팅'이란 구호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개인 사진을 찍을 때도 그렇지만 단체사진을 찍을 때마다 ‘파이팅’을 외치는 경우가 많다. 응원을 하거나 격려할 때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파이팅’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파이팅'은 일본식 조어 '화이토(ファイト; Fight)'에서 비롯된 용어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가미가제(神風) 특공대[1]가 전투에 나가기 전에 사용했던 말이다.
'파이팅'은 영미권에서도 사용하지 않는다. 영어로 격려할 때 또는 힘을 낼 때 사용하는 말은 ‘Fighting’이 아니라 ‘Cheer up’을 사용하고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할 때도 ‘Go!, Let’s go’를 외친다. ‘파이팅’은 일본에서 유래되었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파이팅' 구호를 거의 쓰지 않는다. 'Fightong' 대신 がんばれ(간바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파이팅'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아닌 듯 ㅜ.ㅜ)
최근 모 언론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 도중 사회자가 선수들에게 주먹을 쥐고 '파이팅' 포즈를 권하자 외국 선수들이 어리둥절해한 적이 있다. 스포츠는 전쟁을 펼치는 것처럼 임해야 하지만,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외국인에게 사회자가 ‘파이팅’을 외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것은 단순히 체육계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통용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쓰이고 있는 '파이팅'은 원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힘내자’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격려할 때도 ‘파이팅’을 외친다. 그렇지만 원래 의미는 앞서 밝힌 바와 같다. 따라서 원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의도와는 달리 '파이팅'을 외칠 때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서 누구와 싸우고 쳐 부수자는 것인지 의아할 때도 있다. 더구나 이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사람들이 매우 호전적이라고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 ‘파이팅’을 쓰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사진 출처 : 클라우드 픽>
우리가 응원을 하거나 격려할 때 무엇인가 구호를 외치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많은 힘이 될 수 있는 제스처이다. 그러나 그 제스처에 붙는 구호가 '파이팅'일 경우 ‘나가자’, ‘싸우자’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제스처는 같더라도 구호는 다르게 써야 한다.
'파이팅'이란 구호는 일제 침략의 잔재가 그대로 들어가 있고,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불태우는 의미로, 그리고 누군가와 싸워야 할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되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파이팅’은 바꿔야 할 외래어다.
그래서 과거 국어 순화운동의 일환으로 ‘아자 아자’라고 구호를 바꾸자고 제안한 적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파이팅' 대신 국어심의회에서 확정된 공식적인 순한글 대체 용어는 ‘힘내자’이다. 그러나 '힘내자'라는 용어는 응원을 하거나 구호를 외칠 때 왠지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어색하기 때문에 잘 쓰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호응이 적었다고 해서 '아자 아자'라는 순우리말 구호를 쓰지말고 버려야 할까?
아니다. 이제 나부터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부터 ‘파이팅’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고 순우리말을 쓰도록 해보자. 가능하다면 표준어인 ‘힘내자’라고 하거나 그것이 어색하다면 ‘아자~’를 외쳐보자.
사진 찍을 때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아자~’ 또는 '힘내자'를 외쳐보자.
주먹 불끈 대신 엄지 척을 해가며 ‘아자~’를 외쳐보자.
엄지척은 격려도 되고 ‘최고다, ‘멋지다’, '먼저 솔선해서 한다', '일등'의 의미도 들어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않겠는가? (사실 엄지척도 일부 나라나 지역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니 그 부분에서는 조심할 필요도 있다.^^)
'아자~힘내자'
'아자'의 의미는 사전적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잘 극복하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또는' 용기를 주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잘 극복하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V’ 포즈는 어떤 의미인가?
위키백과사전에서 ‘V포즈 또한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온다.
‘V’ 포즈는 1972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 자넷 린(Janet Lynn Nowicki )[2]이 처음 사용하였다. 자넷 린은 경기 후 일본 관객과 ‘V’ 포즈를 하며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이 미디어를 통해 유행하면서 대부분의 아시아인들이 애용하는 포즈가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유입된 것이다. (자넷 린이 사용했으면 일본 유래도 아니네. 일본에서 유행이 시작되었을 뿐이지..)
현재 ‘V’ 포즈에서 'V'는 Two, Victory, peace, Rabbit ears, Friend 등의 뜻으로 가장 인기 있는 사진 포즈로 애용되고 있다.
실제 ‘V’ 제스처를 역사적으로 돌아보면, 그 원조는 자넷 린 보다 먼저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Churchill)[3] 수상이 사용하였다. 자넷 린이 유행시킨 것처럼 선풍적으로 인기 있는 제스처가 되지는 않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Churchill)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연합군이 승리한다는 뜻으로 Victory라는 단어의 맨 앞자리 V를 손으로 만들어 사진을 찍곤 하였다.
그래? 그럼 ‘V’ 포즈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점에서 전쟁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윈스턴 처칠 <사진 출처 : 위키백과>
그러므로 'V'포즈는 '파이팅'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V’ 제스처는 일부 지역과 나라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 제스처이다. 'V'는 그리스와 터키 일부 지역에서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의미로 사용된다. 또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V’를 얼굴 쪽으로 하는 경우(즉 손등이 보이도록 하는 경우) ‘내가 너를 죽일 수 있다’ 또는 상대방을 조롱하고 약 올리는 제스처이니 조심해야 한다.
그 기원은 1415년 백년전쟁[4] 당시 프랑스가 영국에게 활을 쏘면서 만일 프랑스가 전쟁에서 이기면 영국군의 손가락 두 개를 잘라서 활을 못 쏘도록 하겠다는 협박을 했고, 결과적으로 백년전쟁에서 영국이 이기면서 ‘메롱~ 우리의 손가락은 건재하다. 우린 승리했다”를 나타내는 의미로 V포즈가 생겼다고 하니 말 그대로 승리의 이면에 있는 전쟁의 참담함을 표시하는 제스처였던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과 상관없이 ‘V’ 포즈가 자신감의 표시 또는 평화를 의미하는 의미로 사용되거나 의미적 배경 없이 귀여운 표정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과거의 전쟁이나 스포츠에서의 승리를 의미하는 역사적 의미는 많이 사라진 셈이다. 그렇지만 그리스와 터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V’ 포즈를 조심해야 한다.
‘♡’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heart)’를 누가 만들고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그 설이 다양하다. 사람이 처음 태어날 때 가지고 있던 마음의 모양은 ‘ㅁ’인데, 살아가는 동안 이리저리 부딪히고 깎여가며 점차로‘♡’ 모양으로 변해간다는 설, 심장의 모양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그리고 사람의 엉덩이에서 유래하였다는 설 등 다양한 설이 있지만, 현재 쓰이는 의미는 ‘따뜻한 심장’을 상징하며, 이를 통한 사랑과 도적, 바른 마음 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의 정확한 사전적인 의미는 영성, 정서, 도덕, 지능, 사랑 등을 의미하는 기호이며 제스처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유명인사나 연예인들은 물론 대부 부분의 국민들이 사진 찍을 때 하트 자세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출처 : 스포츠서울 신문>
그런데 다양한 ‘♡’ 자세 중 유독 한국에서 인기 있는 ‘♡’ 포즈가 바로 손가락 하트이다. 그리고 손가락 ‘♡’는 한국에서부터 유래되고 유행하여 코리안 핑거 하트(Korean Finger Heart)라고 불리기도 한다.
헐~ 손가락 하트는 한국이 원조였군.
손가락 ‘♡’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손가락 하트' 창시자에 대한 원조 설 또한 다양하나 누가하나 자기가 원조라고 시원하게 밝힌 경우는 없다. 다만 유력하게 많이 회자되는 원조설은 2010년 배우 김혜수(46) 씨가 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동료 배우 신성우(48) 씨와 함께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든 것이 기원이라는 설, 2004년 록그룹 버즈(Buzz) 멤버 민경훈(32) 씨가 1집 활동 시절 만든 제스처라는 주장, 가수 박진영(44) 씨가 1990년대 중반 그의 화보 촬영에서 보인 손동작이 기원이라는 설, 인터넷과 방송계에서는 양세형, 지드래곤 등이 원조라는 설 등 여러가지 원조설이 거론되기도 한다. (원조의 원조, 진자 원조가 없는 셈이군 ^^)
코리안 핑거 하트
일부 네티즌들은 "손가락 하트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되고 있었다"라고 주장한다. '손가락 하트'가 아닌 '겸손한 브이'라는 명칭으로 말이다. 구글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겸손한 브이'를 검색하면 '손가락 하트'와 같은 제스처의 사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손가락 하트의 기원은 사실 누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했는지 불분명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한국에서 유행시켰고, 코리안 핑거 하트(Korean Finger Heart)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극소수의 부정적 의미를 꼬집어 추적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손가락 하트의 의미가 부정적인 의미(팬티 또는 젖꼭지)를 나타내는 모양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사실이 아닐뿐더러(실제 손가락 모양이 유사하지만 일치하지 않고 차이가 있다) 손가락 하트를 사용하거나 그런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이 원래 ‘♡(heart)’의 의미인 영성, 정서, 도덕, 지능, 사랑을 의미하는 마음이라면 굳이 그런 부정적인 소문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는 좋은 의미이다.
‘♡’는 마음껏 날려도 좋다.
[1] 가미카제(神風; Kamikaze)는 제2차 세계 대전 말기에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적함에 충돌하여 자살 공격한 일본 제국의 결사 특공대이다. “가미카제”는 13세기 원나라의 일본 원정 당시 태풍이 불어 침공군이 저지된 것을 “신이 일으킨 바람”이라 부른 데에서 따온 것이다
[2] 재닛 린 노위키(Janet Lynn Nowicki,1953년 4월 6일~ )는 미국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 1972년 삿포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3] 윈스턴 레오너드 스펜서 처칠경(Sir Winston Leonard Spencer-Churchill)은 영국의 총리(1940년
5월 10일~1945년 7월 26일, 1951년 10월 26일~ 1955년 4월 7일)를 지낸 정치가이다.
[4] 백년전쟁(the Hundred Years' War)은 1337년에서 1453년 사이에 잉글랜드 왕국의 플랜태저넷 가와 프랑스 왕국의 발루아 가 사이에 프랑스 왕위 계승 문제를 놓고 일어난 일련의 분쟁들을 총체적으로 부르는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