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병태 Sep 02. 2019

A-08. 선(線) 하나가 이룬 혁신

길 눈 어두운 사람에게 한 줄기 햇살, 노면색깔유도선

녹색선 보이지? 저 선 따라가면 돼”

ㅎㅎ 자긴 이제 헤매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와~ 그러네 이거 만든 사람 천재인걸???”


자주 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출장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씩 고속도로를 이용하던 어느 날 조수석에 있던 아내가 외친다. “녹색선 보이지? 저 선 따라가면 돼”, “ㅎㅎ 자긴 좋겠네. 이제 헤매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와~ 그러네. 누가 이걸 만들었지?? 이거 만든 사람 천재다. 이런 사람 상 줘야 하는데 정치하는 사람들 뭐 하는지 몰라” 애꿎은 정치인들까지 들먹이면서 흥분하며 운전하던 그곳 도로 노면에는 분홍색과 녹색 실선이 두껍게 그려져 있었다. 그날 이후부터 운전에 대한, 특별히 길 눈 어두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문득 드는 의문. 


이것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색깔이 다른데 어떤 차이가 있지?


한번 궁금증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1.  노면색깔유도선이 언제부터 생겼을까?


노면색깔유도선은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시범적으로 적용하여  여러 가지 개선점이나 필요한 사항들을 도출한 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도로 위에 생긴 선(線) 하나의 혁명은 어느새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이를 이제 알아본다는 것이 뒤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노면색깔유도선이 부분적으로 설치되어 잘 인식하지 못했었지만 이젠 곳곳에서 쉽게 유도선을 발견할 수 있으니, 지금부터 그 세부 내용을 알아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림 1] 노면색깔유도선 사례<사진 출처 : 구글 검색>

노면색깔유도선이 설치된 위치는 고속도로 나들목과 교차로 부근 등이다. 그 이유는 내비게이션의 상용화로 예전보다 길 찾기가 훨씬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초행 운전자나 초보운전자들에게 흰색 차선이 많은 교차로나 나들목에서 방향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보 운전자가 길 눈이 밝지 않은 사람의 경우 나들목으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미리부터 차선을 변경하거나 사전 준비를 하기란  어렵고, 자칫하면 빠져나가야 할 길을 지나치거나 중간 끼어들기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위치에 노면색깔유도선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선 하나 그어 교통사고 최대 40% 줄인 획기적인 혁신!

교통질서와 사고 완화에 지속적으로 도움될 것

길 눈 어두운 자, 초보자나 초행 운전자에게 혜성같이 등장한 주행 유도선!


도로주행유도선의 효과는 놀랍다. 그 효과가 자동차 사고나 위험을 혁신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림 2] 국토부와 서울시에서 발표한 노면색깔유도선의 효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노면색깔유도선 설치 후 고속도로 분기점과 나들목 76곳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주행 유도선 설치 후 교통사고가 약 27%나 감소되었다고 한다. 또한 서울시에서는 2017년 20곳에 주행 유도선을 추가 설치해 교차로 사고가 50% 이상 감소되었다고 하니 이 어찌 놀랍지 않은가? 가히 선(線) 하나가 만들어 낸 놀라운 혁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  노면색깔유도선은 어떤 유형이 있을까?


도로 위에 그려진 노면색깔유도선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 색깔, 초록색과 분홍색이다. 이들 두 가지 색이 적용되는 도로는 갈라지는 차로가 한 방향일 경우 분홍색 그리고 초록색은 두 방향으로 나뉠 경우 적용된다. 

[그림 3] 노면색깔유도선 설치 위치

국토교통부 매뉴얼에 따르면 분홍색과 초록색이 선정된 이유는, 도로 색과 명도 차가 커서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선정된 색이라고 한다. 노면색깔유도선이 설치되는 곳은 교통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그림 3]과 같은 곳에 설치된다. [그림 3]과 같은 위치 이외에도 하이패스 유도선, 졸음쉼터 등에 노면 색깔 유도선이 설치된다. 노면 색깔 유도선의 도색 폭은 45~50Cm이며, 도면 유도선이 두 개일 경우 두 선간의 간격은 40Cm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2017년부터 도면색깔유도선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노면색깔유도선 설치 및 관리 매뉴얼'을 발행하여 관리하고 있다. 



3.  노면색깔유도선 사례에 담긴 시사점은 무엇인가?


노면색깔유도선은 도로 위에 단순한 선(線)을 몇 개 그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운전 미숙자 또는 초행 운전자 및 길 눈이 어두운 사람들에게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획기적인 변화이며, 가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혁신적 사고 시사점은 무엇일까?


유사 사례에서 새롭게 착안하고 응용하는 것이 혁신의 지름길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혁신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관찰이 혁신을 만든다. 


첫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 최초의 혁신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혁신은 유사한 다른 사례를 보고 응용하거나 재해석하여 이룬 것이다. 만일 그것이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더욱 위대한 것이겠지만, 대부분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몰랐거나 아직 찾지 못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림 4] 노면색깔유도선 일본 사례 

노면색깔유도선 역시 [그림 4]와 같이 일본 등 해외에서 사용되고 있다. 다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사례를 어떻게 응용하여 우리 실정에 맞도록 적용하고 발전시키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노면색깔유도선의 경우 외국에 가지 않더라도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서도 유사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병원에 처음 가는 사람의 경우 복잡한 동선에 혼란을 겼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여러병원에서 [그림 5]와 같이 복도 바닥에 다양한 색깔의 선(線)을 그려놓고 그 색깔을 따라가면 어느 위치가 나온다고 안내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림 5] 병원에서 활용되는 안내 유도선

병원에서는 노면색깔유도선과 유사한 형태의 혁신을 20~30년 전부터 적용하고 있다. 다만, 병원에서는 그 선()을 환자나 보호자들이 이용한 것이고, 노면색깔유도선의 경우 차가 이를 이용하는 차이 밖에는 없으니 노면색깔유도선이 지구 상에 없었던 최초로 만들어 낸 혁신 사례라고 보기 어렵다. 병원에서의 유도선 뿐만 아니라 선()을 통한 혁신을 이룬 사례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까지 연결될 수도 있으니 노면색깔유도선의 역사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말하는 이유는 노면색깔유도선의 혁신성을 평하하고자 하는 것이아니라 대부분의 혁신은 '최초성'도 중요하지만 '응용성'오 못지않게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어떤 현상이나 내용을 보고 이를 보고 응용하는 일은 범죄가 아니라 혁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다. 피카소도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다만, 유사한 사례를 보고 응용하는 데 있어 지적 재산권이나 어떤 법적 보호장치가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봄으로써, 엉뚱한 봉변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점검사항이다. 


둘째, 혁신은 어려운 방법으로 또는 어려운 사례를 적용하려고 할수록 성공하기 힘들다. 물론 어려운 것으로 혁신을 이루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나 어렵게 시작하기보다는 쉽고 단순한 혁신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나 초행 운전자를 위해서 설치하거나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 중 어렵게 혁신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리부터 전광판을 여러 개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안내를 하는 방법도 있고, 유도 간판을 여러 개 설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면색깔유도선은 그런 방법보다 훨씬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혁신을 이룬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체든 병원이든 또는 어디서든 혁신을 이루는 방법을 어렵게 그리고 크게 적용하려고 하면 할수록 혁신은 더욱 얼리 달아날 수 있다.  


셋째, 끊임없는 관찰이 혁신을 이룬다. 노면색깔유도선은 첫번째 주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어디선가 누군가가 유사한 사례를 관찰하고 응용한 것이다. 설치 위치 역시 복잡한 교차로나 고가도로 밑 그리고 나들목에서 운전자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떤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나는지 꾸준히 관찰한 결과이다. 관찰의 힘은 위대하다. 어떤 현상은 한 곳에 똑 같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을 누가 어떻게 관찰하고 응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미래는 빅데이터가 쌓이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다양한 혁신이 창출될 수 있다. 빅데이터는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에서 일정한 알고리듬을 찾는 통찰과 관찰의 힘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관찰과 더불어 중요한 또 한 가지는 관찰을 통해 발견한 새로운 관점이나 생각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 하는 것이다. 관찰만 하고 아무런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관찰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관찰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보거나 같은 것이지만 다른 곳에 응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실제 적용할  있도록 추진할 때, 혁신은 우리에게 손짓하며 다가올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A-16. ‘파이팅’ 대신 ‘아자~’를 외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