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병태 Oct 26. 2019

A-18. 보이는 것이 '가치'다.

숨겨져 있는 보석은 보석이라 할수

‘아무도 모르는 지하 500미터 어느 곳 깊숙하게 세계 최고의 보석을 숨겨 놓고 있다.’


이 보석은 가치가 있는가?


존재론적으로는 어딘가에 있으니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나 가치론적으로는 아무 쓸모없는 세계 최고의 보석이다.

이 보석의 한계는  일단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더구나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보석이라니 인정할 수 있는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여야 한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보여야 한다


최근 백화점 명품관 매장 안에서 벗어난 명품들이 한정판·전시회로 밀레니얼 세대를 유혹하기 위해 지하 1층 팝업 매장에 둥지를 틀었다. (아니 왜?? 무슨 일로?)

사진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19. 8. 29일 자


지금까지 최고급 명품들의 배치와 진열 관행은 2층이나 3층의 북적거림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공간에 자리하곤 했다.


불과 10년 전후만 해도 일반인들은 최고급 명품관을 지날 때마다 눈요기 정도로만 바라볼 뿐 부유한 차림의 귀부인이나 유명 연예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명품관을 돌아보거나 지나칠 경우 쳐다보는 사람이나 팔려는 사람이나 서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행여 한번 촉감이라도 느껴볼라 치면 따가운 눈총은 물론이요, 손으로 만지지 말고 눈으로 만 보라는 엄중한 경고가 쓰여 있는 명품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명품이 지하철역과 연결돼 유동인구가 많은지역, 롯데리아와 크리스피 크림 도넛까지 인접한 캐주얼한 공간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최근들어  명품이 일부 최상위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량으로 본다면 상류계층의 사람들이 더 많이 명품을 소유하고 상류사회의 생활을 하겠지만, 이제 일반인들도 누구나 하나쯤은 명품을 가지고 있고,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상류사회 사람들 못지않은 수준으로 외식을 즐기고 휴가도 즐기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당신이라면, 까다롭고 비위 맞추기 힘든 극소수의 상류계층에 관심을 두겠는가? 아니면 한•두 번씩이지만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대중들에게 관심을 두겠는가?


 두 번째는 '가치'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때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명품이라도 대중들은 모르고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다면 ‘아무도 모르는 지하 500미터 어느 곳 깊숙하게 숨겨놓은 세계 최고의 보석’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나 명품 입었어’, ‘이거 명품 백이야’라고 아무리 티를 내고 싶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본인 스스로 이것이 얼마나 희소한 것이고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 증명해야 하는 웃픈 일[1]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명품관이 지하철역과 햄버거 가게 및 음식점이 있는 곳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들의 의도는 일반 대중에게 명품을 팔고자 하는 의도는 지극히 낮다. 어찌 보면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다.


보이니? 이것이 명품이야’

안 사도 돼. 그냥 이것이 명품이라는 안목이라도 가지라는 것이야’

 

일반인들에게 명품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언젠가 어디선가 이것을 봤을 때 ‘명품이구나’라는 안목을 만듦으로써, 그 명품의 가치를 더 높이고 다행히 누군가 하나 큰 맘먹고 사주면 더 좋고… 라는 의도에서 지하까지 명품관이 진출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파레토 법칙[2]이 디지털 시대를 통하여 롱테일 법칙[3]으로 바뀐 영향이 반영된 것이며,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면 가치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마케팅적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한 가치 있는 일은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여의주는 신비한 보물이지만 가치가 없다.'


만일 여의주를 실제로 가지고 있다면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이 품고 있는 신비의 영물이라는 여의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 : 노하 선승복 선생의 작품


용도 상상 속의 동물인데 그 상상 속의 용이 품고 있는 구슬이니 얼마나 허무한 개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주는 여러 예술가들의 상상화를 통하여 어느 정도 눈에 그려질 만큼 묘사되어 왔다.


원래 여의주는 영묘한 구슬로써 이것에 빌면 만사가 뜻대로 된다고 하며, 용의 턱 아래에 있다는 구슬로써 사람이 얻으면 갖은 조화를 부린다고 전해지는 상상 속의 구슬이다.

그러나 여의주는 실제 거래 가격이 형성되어있지 않고,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실제로는 가치가 없는 것이다.


확인할 수 없으니 가치가 없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가치있다는 주장은 내면적인 가치, 무형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면에만 있고 발휘되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발휘되지 않는다면, 가지고만 있는다면 진정한 가치인가?


내면의 가치 또는 무형의 가치가 동기화되고 실행되어 결과적으로 무엇인가로 나타났을때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 된다.


가치란, 눈에 보이거나 확인할 수 있을 때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흔하지 않되(희소성의 법칙) 좋은 의도여야 하고(가치 있는 일) 누구나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고유한 것이 가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인지도)하고, 직접 볼 수(가시성) 있어야 그 가치는 더 크게 인정받을 수 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조직이 가지고 있는 또는 행하고 있는 특별한 그 무엇(가치)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들만이 하고 있는 고유한 것이거나 특별한 것일 때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또는 그일)을 자신들만 알고 있거나 내부적으로 좋다고 할 경우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일까? 아니다.


보여야 한다.

알려야 한다.


그들이 하고 있는 특별하고 고유한 일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또는 우리 조직이 그것을 보여줄 때, 고객은 또는 대중은 ‘아~ 내가 필요한 것이 이것이었지’, ‘아, 내가 필요한 것을 저 조직이 해주는 거였어’라는 인식과 함께 그 조직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보이는 것이 가치다’

'드러내야 가치가 올라간다'


다만, 명품들을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의도와 같은 드러냄이 아니라 진정성 있고 좋은 의도로 진행된 가치를 드러내고 알림으로써, 그 가치는 더 높아지고 더 확산될 수 있다.


이렇게 드러내는 것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태오, 6, 1-4)'고 하신 하느님의 겸손에 대한 가르침을 어기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1] 웃프다 :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으로, 표면적으로는 웃기지만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처지가 좋지 못하여 슬프다


[2]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 law of the vital few, principle of factor sparsity) 또는 80 대 20 법칙(80–20 rule)은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20%의 고객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만큼 쇼핑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이 용어를 사용한다. 2 대 8 법칙라고도 한다. 이 용어를 경영학에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조셉 M. 즈란이다.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한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에서 따왔다.


[3] 롱테일 법칙(long tail theory) : 결과물의 80%는 조직의 20%에 의하여 생성된다는 파레토의 법칙에 배치하는 것으로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A-01. 병원, 고객이 통치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