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03. 꽃은 웃고 있어 예쁘다

박병태의 꽃에 대한 시 3選

by 박병태

꽃은 웃고 있어 예쁘다

恩山 박병태



꽃은 웃으며 핀다

무에 그리 좋은지 웃으며 핀다


목젖까지 보이는 호박꽃의

환한 웃음이

찢어질 듯 웃어대는 해바라기의

파안 대소가

살짝이 숨어 웃는

진달래의 아름다운 뒤 태가

그녀의 미소 같은 코스모스의

속삭임이

웃지 않고 핀다면 이토록 어여쁠까


알 듯 모를 듯 미소 짓는 안개꽃

찡그리며 미소 짓는 하얀 찔레꽃

뾰족한 입술 내민 나리꽃까지

표정은 달라도 웃지 않는 꽃이 없다


눈웃음 진 매화꽃의 매력도

웃다 지친 벚꽃의 흐드러짐도

황실의 예의 바른 능소화의 미소도

고개 숙여 웃는 할미꽃마저도

웃고 있어 웃음이 난다.


꽃은

웃고 있어 예쁘다




장미

恩山 박병태


붉은 욕망을

푸른 잎에 숨겼어도

바알간 입술은

태양을 녹이고

검은 눈빛은

별빛을 홀린다


새빨간 몸짓은

달빛에 옷을 벗고

그윽한 향내는

짙은 신음같이


그녀는 오늘 아침

방금 세수를 마친

그 님처럼 빨갛다




해바라기

恩山 박병태


코스모스처럼 나약하게 하늘거리지 않고

벚꽃처럼 화려했다가 쉽게 식지 않으며

진달래처럼 소극적이지 않고

목련처럼 볼품없이 뜻을 접지 않으며

아름답지만 향기 없는 장미꽃이 아닙니다.


튼튼한 뿌리와 줄기로 가장 높이 올라

언제나 태양을 바라보듯 진리를 향해 있고

많은 벌들에게 달콤함을 나눠주듯

경험을 전달하고

빼곡하게 영근 씨앗처럼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간직하여

가장 큰 얼굴로 온 세상을 두루 비추는

당신은 해바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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