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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Dec 12. 2019

A-22. 고객이 파괴자다!

쇼루밍(Showrooming) 현상에 대한 이해

아하~ 이거 참 좋다 사야겠다.

어허~ 여보세요 잠시만 기다려 보셔요~

이렇게 사면돼 어때?


한 달 전 모 가전제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나누던 대화 내용이다.

몇 년 전과 달리 가전제품 매장에 가보면 사람들은 있는데 실제 구매가 이루어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분명히 무엇인가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기존 가전제품 마트는 큰 규모의 전시장에 각종 제품들을 모아놓고 고객이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한 곳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규모가 커지고 넓어진 것이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넓고 큰 공간에서 직접적인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기존 시장이 파괴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으로 국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정부까지 나서서 두 번째와 네 번째 일요일은 대형마트의 문을 열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에 따라 고객들이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는 급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경우 말고는 하루만 참으면 되기 때문에 큰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대형마트로 가는 고객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가라고 돌려세울 수도 없으니 특단의 대책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정기휴일, 출처 : KBS 뉴스 2017. 9. 26>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대형 매장에서 조차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통적인 시장에서의 경쟁 전략은 시장은 시장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경쟁 상대와 비교하여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한데 모으로 고객에게 홍보하여 판매하고 이윤을 남기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전략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쟁력을 갖추고 규모도 한껏 키워 놓은 매장에 고객들이 왔다 갔다 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거래는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 서점가, 가전 제품, 부동산 거래소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 변한 것인가?


이러한 현상은 정보사회 속에서 우리들이 행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운 스타트업 들이 나타나고 , 여러 개의 스타트 업들이 모여 기존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특별한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여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보고 시간을 보낸다. 휴가를 갈 때 방을 빌릴지, 호텔을 이용할지, 펜션을 이용할지, 자가용을 가져갈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와 같은 선택적인 행위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행동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그 안에서 하나의 알고리을 찾아 틈새를 파고드는 스타트들이 나타나 기존의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출처 : 네이버포스트)

우리는 지금 불과 50년 전 국가정보기관에서나 사용하던 최고급 컴퓨터와 맞먹는 성능의 휴대폰을 아무렇지도 않게 24시간 동안 사용한다.


그렇다면 휴대폰 때문에 기존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휴대폰은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휴대폰 자체만으로 시장 파괴가 일어날까?

아니다. 근본적인 시장파괴의 원인은  휴대폰이 아니라 고객에게 있다.


고객은 휴대폰을 사용하여 그동안 불편했던 사항을 해결한다. 그러므로  휴대폰도 원인이지만, 기존시장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 더 큰 원인이다.



고객이 시장을 파괴한다

 

휴대폰이 나와서 고객이 변한 것인가? 아니다.

고객의 본질은 한결같다.


고객이 바라는 것은 언제나 더 나은 가치(Value)를 추구하는 행동이다. 이와 같은 고객의 본질 변한 적이 없다. 그동안 그것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표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고객은 그것을 채울 수 있는 스타트들이 생기면서 그동안 억눌렀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 뿐이고, 그 행동이 모여 시장 파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객이 변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욕구를 편리하게 해결하는 쪽으로 고객의 행동이 유도되고 있는 것 뿐이다.


고객은 기술발전이나 정보통신의 발전과 상관없이 어떤 수단과 방법이 생기면 자기에게 더 편한 쪽으로 그리고 가치를 주는 쪽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그러므로 고객의 행동은 변했지만,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는 한결같은 것이다.


어느 주말 을 내서 마음먹었던 옷을 백화점에서 구입했는데 온라인 쇼핑몰에 똑같은 상품이 20%~30% 더 저렴하게 판매되었다면 고객의 기분이 어떨까?

(쇼루밍, 출처 : 차의과대학교 홈페이지)

백화점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선택한 옷이 체형에 맞지 않아 수선을 맡기고 다음날 한번 더 찾아가거나 우편으로 배달받아야 하는 일상적인 백화점 쇼핑을 마쳤는데,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로부터 들은 정보는 백화점이나 브랜드숍,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고 꼼꼼히 살핀 뒤 구매는 온라인에서 20%~30% 더 싸게 구입함은 물론 할인쿠폰과 주말 할인까지 적용해서 똑같은 제품을  절반값에 샀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기분은 어떻겠는가?


아마도 십중팔구는 자기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보고 온라인에서 더 저렴한 상품을 찾는 친구의 방법을 따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쇼루밍(showrooming)이라 한다.  이때 크고 넓은 오프라인 매장은 매장이라기보다는 전시실(showroom)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변했기 때문에 쇼루밍이 발생한 것이라고 고객을 탓할 것인가?


분명 고객의 행동은 변했지만, 고객의 본질적인 특성은 그대로이다.

고객의 본질은 자기의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덜 들이면서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을 택하는 본질이 원래부터 있다. 그러므로 더 싸고 시간도 안 들이고 노력도 덜 드는 방법을 선택한 고객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객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존 대형 유통매장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도 실제 구매를 하지 않는 고객의 심리와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수 밖에 없다.


<QR코드, 출처 : 마트저널, 2016. 8. 12일자>

이런  고객의 본질 때문에 오늘날  대형 매점이나 백화점에서 고객들은 상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사진이나 QR코드만 찍어가는 행동을 하는 것이며,  오프라인 매장은 눈만 멀뚱 거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하면 그나마도 사람이 안 올 것이고(다른 매장은 얼마든지 있고, 충성도는 더 떨어질 것이다), 값을 온라인처럼 싸게 하려니 비싼 부지에 커다란 건물을 짓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고정비용 때문에 가격을 내릴 수도 없다.



고객의 본질을 이해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모든 문제의 원인을 휴대폰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정보화 시대 때문이라고 탓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휴대폰은 점점 더 많아지고 고성능화될 것이며, 이를 통한 정보 축적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시대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역적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고객에 집중해야한다.

고객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세심하게 관찰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고객은 무엇에 불편을 느끼고 무엇에 가치를 느끼는가?


고객은 정말 까다롭다. 그리고 기존시장은 충분히 고객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지불하는 것에서 편리함을 느껴야 가치를 느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고객은  어떤 부분에서 가치를 느낀다면  비싸고, 시간이 많이 들고, 많은 노력이 들며,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것을 하는 양면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고객은 알수 없는 존재이며, 아직까지 고객에 대한 충분한 연구나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기존 시장과 기업은 고객 입장보다는 주로 자신들의 입장에서 이렇게 하면 편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이 좋아할 것이다라는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배치하고 시장을 형성하였다.  규모가 크고 다양한 것을 모아 놓으면 고객이 더 좋아할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집중화와 거대화를 추진해 왔다.


그리고 기존 시장과 기업은 고객에게 신경을 더 쓰기 보다는 자신과 유사한 형태를 갖춘 경쟁상대가 나타나면 그들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싸워 이길 것인가에만 집중하여  고객을 제대로 연구하거나 바라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고객은 자신의 가치와 편리함을 찾아 나섰고, 그 틈을 메꾸는 스타트업들이 나타나면서  시장이 붕괴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남은 방법은 스타트업보다 더 많이 고객을 생각하고 관찰하고 그들의  욕구를 맞추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장을 만드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기업이나 시장이 아니라 고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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