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병태 Mar 18. 2020

A-34. 리프레이밍하라

-   융합과 협업을 위해서는 안경 너머의 색깔을 인정해야 한다  -  

지금은 막혔지만, 개성공단 내에 설치된 의료시설을 방문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개성공단을 방문할 때에는 통일부에서 여권 비슷한 출입 허가증을 받아야 출.입국할 수 있다.  같은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출입증을 받아 출국장으로 가다 보니 마치 다른 나라에 여행온 듯한 낯선 경험이었다.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은 도라산역을 통하여 자동차로 출국하는 방법인데  마치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출국하는 것과 같은 수속 절차를 통해 방문할 할 수 있다. 

수속이 끝나고 차에 탐승한 체  줄 맞춰 대기하고 있으면, 북한의 인도 차량이 와서 북한 입국 소까지 이끌고 간다. 입구에 도착하면 철저한 몸수색과 차량 수색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때 드는 생각이  ‘아~ 잊고 있었네. 개성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이었지. 하긴 우리 나라니까’라는 생각이다.  


육로로 개성을 간다는 것은 평양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할 때 비행기로 가는데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할 때 전용기 대신 열차를 타고 간다.(링크) 그렇다. 우리나라가 통일 된다면 우리는 기차나 자동차로 아시아 대륙을 넘어 유럽까지 갈 수 있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과 열차로 이동하는 것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비행기나 배 이외의 방법이 불가하다는 것은 섬나라를 의미한다. 자동차나 열차로도 이동할 수 있다면 육지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전용기는 아니든 비행기로 가느냐 열차로 가느냐는 작은 차이지만 매우 큰 다른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섬나라인가, 육지 나라인가?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한반도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한반도가 맞는가? 반도(半島, peninsula)의 사전적 정의는 ‘육지가 바다에 길게 돌출하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부분으로 지각 변동에 의해서 생긴 융기부이며,  한반도, 아라비아 반도, 스칸디나비아 반도, 캄차카 반도, 인도차이나 반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전에서도 우리나라를 한반도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는 어디를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반도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북한까지 포함되었을 때 가능하다. 북한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는 반도라기보다는 섬에 가깝다. 창의력개발연구원에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가 왜 반도라고 하기 애매한지 알 수 있다.    

출처 : 창의력개발연구원 홈페이지

한반도는 우리가 남북이 분단되지 않았을 때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남북이 분단되었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한반도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사고는 북한이 우리나라이고 한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의 배경은 과거 고조선부터 시작해서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으로 나뉘었어도 우리는 그것을 늘 하나로 생각하도록 배워온 교육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조상들이 고조선 시대부터 경상도 포항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삼국 시대 때 고구려를 보고 우리나라라고 했을까? 그때 당시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아시아 대륙에 붙어있는 반도야"라고 했을까?  우리가 삼국으로 나뉘든 남북으로 나뉘든 한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백의민족, 한민족, 동이족이라는 시각에서 생각하는 전지적 시점의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나뉘어 있고, 통일이 되기 전까지 대한민국은 반도라기보다는 섬에 가깝다. 물론 남북이 통일되고 한나라가 되었을 대는 당연히 한반도이다.  


그런 주장이라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통일되기 전까지는 섬이 분명한데 섬이 아니라 섬에 가깝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위에 있는 창의력개발연구원의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섬나라이다. 그러나 섬도 아니기 때문에 섬에 가깝다고 표현한 것이다.  왜냐하면 섬(島, Island)의 사전적 정의는 ‘주위가 수역(水域)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로써 분포 상태에 따라 제도(諸島)ㆍ군도(群島)ㆍ열도(列島)ㆍ고도(孤島)로 나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위가 온통 수역(水域)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는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북쪽은 수역(水域)이 아니라 육지다. 그렇기 때문에 섬도 아닌 것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반도와 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정서적으로는 반도이나 현실적으로는 섬이다. 섬에 대한 기준을 둘러싸인 지형학적 정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동수단의 의미로 다시 본다면 대한민국은 섬나라처럼 중국이나 시베리아를 열차로 가지 못하는 나라이고, 대한민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려면 비행기나 배 이외에는 나갈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는 그만큼 중요하다.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가 반도가 되기도 하고 섬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도냐 아니냐 섬나라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 아주 큰 권력을 가진 왕이 좋아하는 색깔이 핑크색이었다고 한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핑크색으로 바꾸고 싶었다. 신발도, 옷도, 바닥도, 나무도 심지어는 자기 집도 바꾸게 만들었다.  신하들은 날마다 왕이 어떤 명령을 내릴지 전전 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자기가 보이는 것마다 핑크 빛으로 바꾸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어느 날 왕은 자기가 타고 다니는 말도, 가마도, 신하들의 옷까지 바꿔 입으라고 했다.  왕의 핑크 사랑은 점점 정도가 심해져 앞에 보이는 산과 들도 전부 핑크 빛으로 바꾸라고 해서 신하들은 아주 힘들게 보이는 것마다 핑크 빛으로 바꿔 나갔다. 그런데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왕이 이번에는 하늘을 핑크 빛으로 바꾸라는 것이 아닌가? 신하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손에 닿은 것은 어떻게든 핑크 빛으로 바꿀 수 있지만, 손에 닿지도 않는 하늘을 어떻게 핑크빛으로 바꾸란 말인가? 신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고민을 하였지만 하늘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왕의 분노는 점점 심해지고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신하들은 왕의 처벌만을 기다리며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한 신하의 7살짜리 아들이 아버지가 한숨을 푹푹 쉬는 것을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 아버지 그럼 그 임금에게 핑크 색깔 안경의 씌워주면 하늘이 핑크로 보일 텐데 뭘 그리 걱정하셔요?" 그러는 게 아닌가? 


그렇다. 우리의 사고가 하나의 기준에만 얽매어 있으면 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까? 저럴까? 이러면 안 되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 등 기준을 바꿔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처럼 관점을 다르게 보는 것을 리프레이밍(Reframing)이라고 한다.  카메라의 사각 틀이나 스크린의 외곽선 같은 것을 프레임이라 할 때, 그 프레임으로만 보지 말고 프레임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다른 관점의 프레임에 의하여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일 수 있다. 보라색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온통 보라색일 수밖에 없다. 급격히 발전하고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서로 융합하고 협력하여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나만의 색깔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안경 너머의 색깔도 인정하는 태도가 없이는 융합과 협업은 어렵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A-33. 애벌레처럼 환골탈태를 추구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