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31. 그리움 하나

그리움에 대한 노래 詩 3편

by 박병태

이 너머 콩 밭

恩山 박병태


아득한 그 날

아버지 엄니 나와 동생은

밭고랑 엎드려 풀을 뽑았지


꼬부랑 엄니 걸음

두세 번은 쉬어야 도착하는 이 너머 콩 밭


어디서 한 무리 새 떼

소리 죽여 접근했지


새참 싸온 광주리 열어보기도 전에

새까맣게 둘러앉은 배고픈 가족


아버진 허허

잠시 한눈을 파시고

말없이 밭고랑 풀만 뽑으셨지


배고픈 사정을 봐주신 걸까?

언제쯤 새참을 먹자고 하실까?

이틀 전에 허수아비는 왜 세우신 걸까?


아버지 엄니는 어제 먹은 감자가

아직도 우리 뱃속에 남았다고 생각하고 계신 걸까?


궁금한 게 많은 하루 해가 길기만 했다



소주 한 병 추가요

恩山 박병태


좋은 시간, 좋은 사람

좋은 곳에서 만나면

한순배 돌기도 전

어김없이 외치는 소리가 있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추가요~


못 채운 정이 아쉬워

내가 한 병 추가하고

친구도 한 병 추가하고

넉넉한 이모의 서비스 한 병도 얹히니

추가는 한 병이나 오는 것은 세 병이다


배달한 마음 고마워

친구의 배려가 고마워

남몰래 챙겨주던 이모의 마음이 고마워

세 병을 한 병같이

셈이 흐려지는 밤

정이 더해지는 밤


흘린 술이 반이지만

넘치는 정도 못지않으니

여기저기 번지는 웃음

추가 한 병은 세 갑절 웃음으로....


한 병이면 어떠리

세 병이면 어떠하리

셈을 잃은 정 나눔에

시간도 길을 잃어 세배나 빨리 간다


오늘은 늦었지만

자꾸 웃음이 나는 밤이다



그리움 하나

恩山 박병태

사진 출처 : https://gyeongsang.kr/428

소쩍새 한 마리

초저녁 어스름에

가슴 깊이 후벼 울고


가랑잎이 뱉어내는

영혼의 기침소리


지나간 청춘인가

가물가물 허허로운 둑방 길


그대 지나긴 빈자리

다른 무엇도 채울 수 없어

해 넘긴 뒤통수

여운 깃든 저녁놀


돌아서면 눈물이 날까

돌담 너머 시린 그리움에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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