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대한 노래 詩 3편
恩山 박병태
아득한 그 날
아버지 엄니 나와 동생은
밭고랑 엎드려 풀을 뽑았지
꼬부랑 엄니 걸음
두세 번은 쉬어야 도착하는 이 너머 콩 밭
어디서 한 무리 새 떼
소리 죽여 접근했지
새참 싸온 광주리 열어보기도 전에
새까맣게 둘러앉은 배고픈 가족
아버진 허허
잠시 한눈을 파시고
말없이 밭고랑 풀만 뽑으셨지
배고픈 사정을 봐주신 걸까?
언제쯤 새참을 먹자고 하실까?
이틀 전에 허수아비는 왜 세우신 걸까?
아버지 엄니는 어제 먹은 감자가
아직도 우리 뱃속에 남았다고 생각하고 계신 걸까?
궁금한 게 많은 하루 해가 길기만 했다
恩山 박병태
좋은 시간, 좋은 사람
좋은 곳에서 만나면
한순배 돌기도 전
어김없이 외치는 소리가 있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추가요~
못 채운 정이 아쉬워
내가 한 병 추가하고
친구도 한 병 추가하고
넉넉한 이모의 서비스 한 병도 얹히니
추가는 한 병이나 오는 것은 세 병이다
배달한 마음 고마워
친구의 배려가 고마워
남몰래 챙겨주던 이모의 마음이 고마워
세 병을 한 병같이
셈이 흐려지는 밤
정이 더해지는 밤
흘린 술이 반이지만
넘치는 정도 못지않으니
여기저기 번지는 웃음
추가 한 병은 세 갑절 웃음으로....
한 병이면 어떠리
세 병이면 어떠하리
셈을 잃은 정 나눔에
시간도 길을 잃어 세배나 빨리 간다
오늘은 늦었지만
자꾸 웃음이 나는 밤이다
恩山 박병태
소쩍새 한 마리
초저녁 어스름에
가슴 깊이 후벼 울고
가랑잎이 뱉어내는
영혼의 기침소리
지나간 청춘인가
가물가물 허허로운 둑방 길
그대 지나긴 빈자리
다른 무엇도 채울 수 없어
해 넘긴 뒤통수
여운 깃든 저녁놀
돌아서면 눈물이 날까
돌담 너머 시린 그리움에
가을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