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나면서 느끼는 행복과 생각의 시간에 대한 詩 3편
恩山 박 병태
쑥 한 줌 베어 모깃불을 피워놓고
저녁 밥상은 멍석 깔아 펼쳐놓고
온 가족이 둘러앉은 한여름 밤
어머니는 밥공기에 하얀 꿈을 담으시고
아버지는 겉 저리 한 줌 채워주시고
아무것 없어도 배부른 저녁 밥상
앞 논 여기저기 개구리 노래하고
뒷산 초입 귀뚜라미 장단 맞추고
더위에 지친 미루나무 한숨 돌리는 저녁
소쩍새 한 마리 스치듯 지나가고
누렁이도 되새김질로 피로를 덜어내고
앞 산도 피로한 지 지그시 눈을 감는 밤
모깃불 연기가 사그라질 때까지
개구리 합창이 2절로 접어들 때까지
아버지의 이야기 소리에
나도 몰래 잠드는 한여름 밤의 만찬
멀리 별똥별 하나
꿈속에서 코끝을 스친다
恩山 박병태
8월에 비가 온다면 빗물이 되고 싶다
당신의 어깨를 적시는
촉촉한 빗물이 되고 싶다
8월에 비가 온다면 안개가 되고 싶다
당신의 온몸을 감싸 안을 수 있는
하얀 안개가 되고 싶다
8월에 비가 온다면 바람이 되고 싶다
당신이 머문 그곳으로
내 향기를 보낼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 되고 싶다
8월에 비가 온다면 그곳에 가고 싶다
당신의 따뜻한 향기가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
8월에 비가 온다면 그 길을 걷고 싶다
맨발이라서 더 좋았던
황톳길을 걷고 싶다
행여 감기 들까
혼자 쓰기도 비좁은 우산으로
이미 다 잦은 나만 씌워주셨던
어머니와 함께 그 길을 걷고 싶다
恩山 박병태
작년보다 조숙한 7월 햇살을
한 움큼 모아놓은 오후
창 밖으로 보이는 하얀 구름 위에
마음의 색을 칠하다 보면
서툰 그림들이 여기저기 피어난다.
자그마한 바람에도
7월의 하늘은 이내 다른 구름으로
빈 도화지……
빗금처럼 지나가는
산새 한 마리 아랑곳없이
어느새 내 마음엔
맑은 물이 떨어진다.
숨었던 추억들도 고개를 내민다
내일은 횡성에 가야지
초록빛 숨 쉬러 휴가 내야지
단 하루 외출에
7월이 아름다울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