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배우
폴 토마스 앤더슨(이하 PTA) 감독과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리노의 도박사>,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마스터> 등 총 5편의 작품을 함께 작업한,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페르소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호프만은 PTA의 복잡하고 심오한 주제 의식과 비주류 인물들의 내면을 그리는 데 최적화된 배우였고, PTA 영화로 깊이있고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PTA는 그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으며(마스터의 사이비 교주 역), 호프만 역시 PTA의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성장을 이룬, 한마디로 그들은 서로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적 동반자였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만큼 독특하고 심오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PTA의 영화는 인간의 욕망, 불안, 고독, 소외, 그로 인한 파괴적인 면모를 깊이 있게 파고들고, 특히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리는 데 탁월하다.
그의 작품은 여러 인물을 교차시키는 다중적인 플롯 구조, 비선형적인 시간 구성, 상징적인 연출 등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또한,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쉽게 답을 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기의 현란한 연출에서 지금의 차분한 연출까지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변화해왔지만, 섬세한 미장센과 뛰어난 음악 선곡, 강렬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은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외에도 <데어 윌 비 블러드>와 <팬텀 스레드>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마스터>의 호아킨 피닉스는 PTA 작품으로 자신들의 필모의 역작을 탄생시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로 불릴 만큼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이다. 외모를 뛰어넘어 오직 연기력만으로 할리우드 최정상의 반열에 오른 그는 불안하고 고독한, 때로는 비열하거나 소심한 광기 어린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조연부터 주연까지, 선역부터 악역까지, 다양한 성격과 직업을 가진 인물들을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거의 '빙의'에 가까운 그의 연기에는 권태, 허무, 번뇌와 같은 인간의 심리적 어둠이 깔려있다.
PTA 감독 외에도 <다우트>, <카포티> 등에서 보여준 화면을 장악하는 남다른 존재감은, 특히 <카포티>에서 자신의 낮은 저음의 음색을 카포티의 하이톤 음색으로 바꾸는 완벽한 명연기를 펼쳤고, 이 작품으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4년 46세의 나이로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난 그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추천작 1편
<매그놀리아>
수많은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다중 플롯으로 구성된 영화 <매그놀리아>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우연과 화학 작용으로 서로 얽혀진 이야기로, 삶의 고독과 우울, 절망과 희망을 그려낸 작품이다.
굉장히 복잡한 구조와 완성도 높은 각본, 독특한 연출이 돋보이는 <매그놀리아>는 엔딩에 내리는 ‘개구리 비’로 여러 해석을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호프만은 죽어가는 환자를 돌보며 아들을 찾으려는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애쓰는 따뜻한 마음과 인간적 고뇌를 가진 간호사 역을 맡아 극의 감성적인 중심축을 훌륭히 그려냈다.
추천작 2편
<펀치 드렁크 러브>
아담 샌들러의 연기 변신으로 화제가 된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 <펀치 드렁크 러브>는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순수함과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호프만은 표면적으로는 가구점을 운영하지만, 실질적으로 폰섹스 업체를 운영하는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 빌런 역을 맡아 주인공 아담 샌들러를 협박하는 광기어린 연기를 선보였다.
제목의 '펀치 드렁크'는 복싱의 후유증을 뜻하는 용어로,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의 상태를 은유한 표현이다. 그만큼 똘기와 신경질이 가득한 독특하고 천재적인 사랑이야기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 호프만의 등장은 영화에 독특한 긴장감과 유머를 더한다.
추천작 3편
<마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마지막으로 함께 한 작품이자, 호프만에게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마스터>는 사이비 교주와 추종자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인간 내면의 치유을 탐구한 작품이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사이비 종교 교주 역을 맡아 그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상대 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와는 반대로, 철저히 계산된 그의 연기는 카리스마와 허점을 가진 양면적인 인물의 내면과 고뇌를 능숙하고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한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까지 모든 배우가 보여준 연기는 21세기 최고의 영화라는 소문만큼 인간의 욕망과 믿음, 광기와 치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사진 네이버 영화, 동영상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