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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석 변호사 Feb 05. 2020

계약금을 못 받았는데 계약을 무르자고 합니다. - 2편

기본개념 제3강 계약금

세 번째 글을 들어가기 전에 "로스쿨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강의"라는 주제의 연재 글의 의도를 잠깐 말하고자 합니다.

본래는 "로스쿨을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민법 강의"로 하려 했는데, 브런치의 매거진 제목 글자 수 제한으로 인해 지금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원 제목처럼 여기의 연재 글들은 로스쿨에서 배우거나 알아야 될 수준과 범위의 내용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법학적 사고, 소위 리걸 마인드란 어떤 것인지를 맛보기로 보여주려고 생각하고 쓴 글입니다. 이를 위해 법조문에 기초함이 매우 중요하지만, 대중적인 글의 성격을 고려하여 법조문에 대한 직접적인 해석은 자제할 것입니다.

설득을 위한 글이 아니므로, 그림이나 표를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한 편당 분량이 긴 글이 아니므로 가독성을 위한 강조와 같은 글에다 장식을 다는 일은 가급적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로스쿨을 꿈꾼다면 이 정도 분량의 글에 난독증이 와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글을 잘 못 써서 읽히지 않는 것은 제가 감수해야겠지요. 문장은 짧게 짧게 쓰려고 합니다.

기본개념을 마친 이후에는 사례의 해결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리걸마인드에 친숙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계약금이란 계약을 체결할 때에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교부하는 금전 기타 유가물(有價物)을 말한다. 매매대금, 공사대금 등의 일부를 미리 주는 선급금과 현실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념적으로 구별하여야 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계약금을 선급금으로 추정한다.[*]


계약금에는 세 종류가 있다. 계약 체결의 증거로 주고받는 증약금, 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가지기 위해 교부하는 해약금,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의 경우 계약금을 받은 사람이 몰취 할 수 있는 위약금이 있다.


독일은 계약금에 증약금의 효력을 인정하고, 의심스러울 때는 해약금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독일 민법 제336조). 우리 판례는 해약금에 관한 우리 민법 제565조 제1항을 근거로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조문상으로는 추정한다는 문구가 없다. 이 문제는 후술한다.


한편 계약금은 보통 교부자가 채무를 불이행하면 수령자가 계약금을 몰취하고 수령자가 채무를 불이행하면 교부자에게 배액을 상환한다는 약정, 이른바 배액상환약정과 함께 교부된다. 배액상환약정은 위약금 약정인데, 이때의 계약금은 위약금이 된다. 그리고 우리 민법 제398조 제3항은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전자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예정액을 초과하는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나, 위약벌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때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는 반면(민법 제398조 제2항), 위약벌은 감액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 민법 제103조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 판례이다.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았으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 반대로 계약금을 받기 전이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


우리 판례상 계약의 체결 당시에 계약금이 수수되었으면, 계약금이 해약금으로 추정되어 당사자는 어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위약금 약정이 함께 있는 때에도 위약금이면서 해약금으로 본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151 판결).


그런데 계약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상호 반드시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상대방에게 표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금액이 클수록 계약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추정하는 판례의 태도는 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오히려 계약관계를 해소시키려는 입장에 가깝게 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의사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특히 위약계약금은 계약의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인데, 해약금과 양립 가능한 것인지가 의문이다.


반면 해약계약금 계약은 계약의 구속력을 벗어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해제권을 유보하는 일종의 옵션(option) 계약이므로, 계약금을 옵션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옵션 프리미엄은 옵션 자체에 대한 대가이므로 본계약에 대한 대가와는 구별되고 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반환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계약금을 통상 본계약의 대가에 충당되는 것으로 약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금을 해약권 유보의 대가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하고 아직 계약금이 수수되지 않은 경우에는 해약금 약정의 효력이 발생하는가에 대해 판례는 계약금계약이 요물계약임을 이유로 부정하고 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따라서 계약금이 수수되기 전이므로 상대방이 계약을 무르자고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해 본계약의 이행 내지는 계약금계약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계약금계약을 낙성계약으로 보더라도 계약금계약을 이행하기 전에는 반대급부인 해제권이 생기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결론이다.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 체결 시에 계약금을 수수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판례에 의하면 해약금계약으로 추정된다. 배액상환조항이 함께 있으면 위약금 약정이 되는데, 판례는 그러한 경우에도 여전히 해약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론이 당사자의 실제 의사와 배치될 수 있음도 보았다.

그런데 계약금이 전부 지급되기 전이라면 해제권은 아직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방이 계약을 무르자고 하여도 그 주장은 효력이 없고, 계약의 구속력에 의해 상대방에게 계약금계약의 이행 또는 본계약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One Point 법률용어

요물계약 : 계약의 성립에 당사자의 의사 외에 금전 기타 물건의 인도가 요구되는 계약. 이에 대해 당사자간의 의사만으로 성립하는 계약을 낙성계약이라 한다. 판례는 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보지만, 낙성계약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 남효순, "계약금약정에 관한 몇 가지 쟁점", 서울대학교 법학 제39권 제2호 (1998), 277-27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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