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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석 변호사 Feb 11. 2020

강용석은 무고교사죄인가?

며칠 전 디스패치에서 강용석과 도도맘의 폭행사건 조작 사건을 보도했다.


읽어보니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세상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었다. 디스패치 기사에 따르면 도도맘은 사실을 인정하는 듯이 보이는데, 이 글에서 나의 관심사는 그 진위 여부는 아니다. 내게 진위를 판별할 자료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디스패치의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법적으로는 어떤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아, 그 내용을 여기서 적어 보려고 한다.


사실 제대로 된 의견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 그냥 이 글은 시험답안지나 논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양해를 바랄 뿐이다.



1. 전제와 사실관계


일단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능력이나 증명력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디스패치의 기사 내용대로 사실이 인정되었다고 가정한다. 죄수의 문제도 언급하지 않는다.


설명을 위한 사실관계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사의 내용이 법적 판단을 위해 정리된 것이 아니므로, 이하의 설명에는 한계가 있음을 감안하여야 한다.


2015년 3월경 A와 B가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하던 중 B가 맥주병으로 A의 머리를 5번 때렸다. 그로 인해 A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2015년 11월경 C가 A에게 "B씨 사건 시작한다. 일단 내용증명 하나 보내는 걸로.", "강간치상이 어떨까 싶은데. 3억에서 5억은 받을 듯."이라고 말하자, A는 "강간이 돼? 진술할 때 거짓말 해야 하니까."라고 답하였다. 이에 C는 "강간했건 아니건 상관없어. 강제추행하는 과정에서 다쳤어도 강간치상, 강간성립은 됐든 안 됐든 상관없어."라고 말하였고, A는 "성추행이나 강간이 들어가면 나나 D언니나 진술하기 까다로울 것 같은데. 거짓말이 들어가야 하니까."라고 답한다.

그 후 C는 성폭행으로 가면 상대방이 혐의를 부인해도 고소장을 내는 즉시 구속이고, 상대방도 무조건 합의하려 할 것이므로, 고소장은 상해로만 하고 B에게 보내는 내용증명은 성폭행 주장을 넣어 보내겠다고 하였다. 이에 A는 동의하였다. 이후 합의에 관한 협상은 C가 진행하였다.

그런데 B는 A, C의 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같은 해 12월경 C는 강간상해의 범죄사실로 B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하여 A에게 보내었다. 그 과정에서 C는, B가 A에게 "손 한번 잡아봐도 되냐?"고 말하였을 뿐 A의 신체를 접촉하려 한 사실이 없음을 A를 통해 알게 되었다.

C는 특수상해 및 강제추행죄로 B에 대한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고, 합의금을 늘리기 위해 A에게 경찰조사에서 추행사실을 허위진술하라고 말하였다.

사건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이후인 2016년 1월경 C는 이 사건을 언론사에 알리도록 A에게 말하고, A는 모 신문 국장에게 사건 내용을 전하였다. 그 무렵 사건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후 A는 B에게 무리한 고소에 대해 사과하고, 합의금 없이 고소를 취하하였다.

2016년 4월경 강제추행은 무혐의, 특수상해는 A와 B의 합의를 이유로 기소유예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2. A의 죄책


A가 B를 강제추행죄로 고소한 부분은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A가 경찰조사에서 추행사실을 진술한 부분은 사실관계가 명확치는 아니하나, 경찰관의 추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소사실을 다시 확인해준 것이라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A가 처음부터 합의로 종결할 생각이었고, B가 실제로 처벌받기를 원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무고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만약 고소장의 내용이 특수상해 및 강제추행이 아니라 C가 A에게 말한 것처럼 강간상해라고 하더라도, 특수폭행과 강간상해는 국가의 심판작용을 그르치거나 부당하게 처벌을 받지 아니할 개인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정도로 고소사실 전체의 성질을 변경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A가 B로부터 합의금을 많이 받기 위해 허위사실로 B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수사기관에 B를 고소한 행위는 합의금을 받지 않고 고소취하 하였기 때문에 각각 공갈미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 강제추행이라는 허위사실에 기해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권리실현의 수단으로 상당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B가 그 협박으로 겁을 먹지 아니하여 합의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공갈미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


A가 모 신문 국장에게 사건 내용을 전달하여 기사로 보도되게 한 행위는, 보도된 기사의 내용이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으므로 죄책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B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다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간접정범 성립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3. C의 죄책


2015년 11월경에 C가 이 사건에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사실이 없었음을 알았는지는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경에는 A와 B 사이에 강제추행 사실이 없었음을 명확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강제추행 사실을 포함하여 고소하도록 한 행위는 무고교사죄 내지는 무고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이후 경찰조사에서 강제추행에 관해 허위진술 하도록 한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C가 B에게 합의금을 목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A로 하여금 허위사실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도록 한 행위는 각각 공갈미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사실 무고죄와 공갈미수죄의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C가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합의금을 목적으로 성폭행 사실을 포함하여 협박 및 고소할 것을 주장하고 B와의 합의금 협상도 C가 진행하였으므로, C에게 역할분담에 의한 무고와 공갈에 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보여지고, 따라서 A와 C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C가 A에게 사건 내용을 언론사에 흘리도록 한 행위 역시 A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죄책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기사 등을 통해 B가 특정될 수 있는 내용이라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교사범 또는 간접정범 성립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 그리고 명예훼손행위를 할 언론사가 어디인지 C가 사전에 알지 못한 때에도 C에게 교사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느냐에 관하여, 개인적으로는 재교사(피교사자가 다시 타인을 교사하는 것)의 경우에는 정범, 이 경우 언론사가 사전에 특정되지 않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최근의 강용석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법적 의견을 적어 보았다.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은 나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이 기소가 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 경우 수사기관에서 인정할 사실관계, 법원이 인정할 사실관계는 디스패치의 기사 내용과 전혀 다를 수 있다.

생각에 떠오르는 모든 점을 다루지도 못하였고, 가능한 죄책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글은 이런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 사건에 관해 단순히 입방아 찧는 내용보다는 순전히 법률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글 하나 정도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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