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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Aug 04. 2024

악덕 3

배신, 질투, 절망

 

5. Vizio – Idolatria   배신(우상 숭배)


신앙은 믿음이다. 그 믿음을 저버리고 미신에 사로잡혀 우상을 숭배하고 허황된 점술과 주술을 좇는 행위는 배신이다.



하늘에서 두루마리가 펼쳐지고 계명이 선포된다. 신앙인이 지켜야 할 계명은 바로 '사랑'인데, 하늘(신)을 향한 사랑과 사람(이웃)을 향한 사랑이 그 핵심이다.



신은 유일한 존재로 다른 우상이 존재할 수 없다. 하늘을 향한 사랑은 오직 창조주 한 분뿐인 것이다. 하지만 아래를 보면 이교도의 우상이 한 남자의 목에 밧줄을 걸고 그를 불구덩이로 끌고 가고 있다.



아름다운 모습의 우상은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는 듯 한 손에 꽃(또는 푸른 잎)을 들고 그를 유혹하지만 숨겨진 다른 손에 올가미를 들고 있다. 남자는 몸을 뒤로 젖혀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는데, 머리에 쓴 투구가 무색하게 이미 한쪽 눈을 잃었다.



가만히 보면 그를 끌고 가는 우상은 그의 손 위에 놓여 있다. 진정 그가 올가미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저 우상을 떠받친 손을 거두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그를 불구덩이로 이끄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상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다.




6. Vizio – Invidia   질투



자선, 자비, 관용에 반(反)하는 ‘질투’는 다른 사람의 능력, 성공, 행복을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하는 마음이다. 이는 타인의 노력을 술책이라 의심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몫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까지 갖게 하는데, 성경에서 일어난 최초의 살인도 동생 아벨을 향한 카인의 질투심 때문이었다.

 


불타는 질투 한가운데에 서 있는 여인은 이미 한 손에 돈자루를 쥐고 있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이의 것을 빼앗으려 갈고리 같은 손을 뻗고 있다.



입 안의 혀가 뱀의 형상으로 뻗어 나와 자신의 눈에 독을 뿜는다. 질투로 말미암아 내뱉은 독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눈이 먼 그녀의 머리에는 큰 뿔이 돋았고, 귀도 사람의 귀가 아니다. 이렇듯 질투는 사람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시킨다.





7. Vizio – Disperazione   절망


희망을 거스르는 절망은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리고 무력에 빠진 자신을 절멸시킨다. 이는 창조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신의 구원조차 거부한 이의 말로는 멸망이다.



스스로를 처형한 가련한 이의 곁에 악마가 자리했다. 악은 그녀의 머리에 촉수를 붙이고 희망을 빨아먹는다. 그리고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절망을 채워 넣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꼭 쥐고 풀지 않은 저 단단한 주먹은, 옹이 지고 비뚤어져 희망이 자리할 수 없는 무딘 마음을 보여준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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