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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Jul 23. 2022

그림, 여성을 말하다

여성의 현실_포카노프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여러 감정이 일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그림이지만, 커다란 황소를 어깨에 메고 있는 그림 치고는 역동적이거나 에너지가 느껴진다기보다 조금은 처연하고 조금은 숙연하다.


Vladimir Fokanov_ Girl Carrying a Bull  (2009)


한참을 그림을 들여다본다. 아무런 옷도 걸치지 않은 몸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그녀 자신, 본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고 황소는 이 여성이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인 듯했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감내해야 할 생의 부피와 중량감...

 

이 그림의 작가가 궁금하다. 블라디미르 포카노프.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이다. 그가 나고 자랄 당시 우즈베키스탄은 소련(러시아)의 일부였다.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알아보다가 이 그림에 대한 작가의 인터뷰가 있어 읽어보니 내가 그 그림을 보았을 때 왜 복잡한 심경이 었는지, 왜 슬펐는지, 왜 삶의 무게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작가의 말을 옮겨본다.  



이 그림은 유럽에서 기사, 삽화, 포스터, 페미니스트들에게 무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특히 라틴 아메리카) 소녀들이 몸에 이 그림을 문신한 사진을 보냅니다. 문신 살롱은 이 그림을 문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합니다(저는 항상 금지합니다). 나는 보수적인 기독교인이고 이 그림에 담고 있는 의미는 지극히 평범하고 가부장적입니다.

나는 항상 여성의 근면, 정확성, 인내, 재능, 활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늘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녀는 나와 함께 세 딸을 키우고, 부모님을 돌아가실 때까지 돌보았습니다(우리는 부모님을 호스피스에 보내지 않고 직접 돌보았습니다). 또한 그녀는 우리 집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과학자로서의 경력을 쌓았고 여가 시간에는 예술활동과 정원 가꾸기를 했습니다. 그런 활력, 에너지가 저를 놀라게 합니다.

여성들은 나에게 충격을 줍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더 많이 들어 올릴 수 있고 더 높이 뛸 수 있지만 체력이 전부는 아닙니다. 여성의 생명력은 남성의 생명력보다 큽니다. 나의 그림은 내 아내, 어머니, 세상의 모든 영웅적인 여성, 특히 나의 두 할머니와 같은 제2차 세계 대전의 러시아 여성에 대한 찬사, 경의입니다.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거부하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 또는 여성에게 규정지어진 것들을 묵묵히 해 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 옳고 그름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해답, '서로, 함께'가 요할 뿐이다.



※ [포카노프] 그림 출처 :  Vladimir Foka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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