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돌치는 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화가로,초상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종교화를 그렸다. 그의 신앙심이 투철했다는 기록을 보아 부나 명예보다 본인의 믿음과 소명의식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매우 애정 하는 화가인데 그의 그림은 진부한 전통을 고집하고, 비슷한 주제와형태로 반복되어 독창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술사가나 평론가들의 기준에서 그의 그림이 뛰어나지 않을 수 있겠으나, 그의 그림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그림을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Carlo Dolci_Angelo annunziante (1653 )
당시 사람들의 감상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의 그림은인기가 있었다. 예술적 가치를 떠나 대중적 가치를 말하자면 카를로 돌치는 훌륭했다. 그는대중이 원하는 그림을 그렸고, 특유의 세밀함으로 완성하기까지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이즈를 줄여 작게 그리는 방법을 택해 그 수요를 충족시켰다.
후대 사람들이 작은 디테일로 구분해 이름 붙일 만큼 같은 모티브의 작품이 많은데,대부분의 작품이 성경 속 인물 또는 성인 성녀가매우 온화하고 아름다운 표정으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거나, 금세 눈물이라도 쏟을 듯한 눈으로 하늘을 향하고 있는 반신상이다.독창적이지는 않으나 섬세한 필치는 오랜 시간 정성을 쏟은 돌치만의 정교함으로 인정받아 많은 이들이 감탄했고, 그의 그림이 불러일으키는 따듯하면서도 애잔한 감상을 사람들은 사랑했다.
Carlo Dolci_Saint Rosa of Lima (1668)
17세기 시민 계급의 성장으로 미술이 종교와 귀족의 소유에서 일반 대중의 소유로 확대되는 '그림의 대중화'라는 가능성이 실험되고 제시되는 가운데,돌치는 전통을 고집하면서도 옛 전통이 아닌 대중이 원하는 전통을 그렸으며, 이것이 회화의 대중화에 효시라고 까지 말할 순 없겠지만 돌치로 인해 많은 이들이 그림을 가지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저렴한 가격으로 완성도 높은 그림을 가질 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예술의 대중화라는 것이고급문화의 세속화나통속화라고 쉽게 평가되기에는 나름 가지고 있는 장점과 존재하는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