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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7. 2022
그림, 쫓겨난 이들을 대변하다
이주민과 원주민_올체, 리앙
어릴 적 TV 속 세상은 백인 중심이었다. 채널 중에 AFKN(American Forces Korea Network)이 있었고, 국내 방송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 방영되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외국의 문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인종 사회 정치적 사고가 TV를 통해 우리 안방 깊숙이 자리 잡았다.
외화 대부분은 서부물로, 영화 속 인디언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였고 백인들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용감한 이들이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인도라 착각하여 아메리카 원주민을 인도인이라 잘못 부른 것이 오늘날 인디언이 된 것처럼 한번 각인된 것은 어지간해서 바꾸기 어렵다.
백인들은 스스로를 개척자라 부르며 원주민의 종교, 언어, 전통과 관습, 고유한 정신을 미개하고 야만적인 것으로 규정해 총과 칼을 앞세워 서구의 것을 강요하였고 원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강제 이주시켰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으며 자신들을 자연의 일부라 여기며 살았다. 조상 대대로부터 이어진 삶의 방식과 지혜의 창고인 고유문화는, 그것을 전승하고 공유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절대적 혹은 상대적 평가로 우위나 열위를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Don Oelze_Keep the Old Ways (2016)이민자들의 나라, 기회의 땅, 황금시대, 아메리카 드림으로 대표되는 미국은 그들의 뿌리가 이주민이라는 사실을 오래전 잊은 듯 쿼터를 적용해 이민자를 선별하였고, 허가 없이 체류 중인 이들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다가 급기야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데 이르렀다. 트럼프 말한 아름다운 장벽은 과연 누구에게 어떻게 아름답다는 것일까?
아래 그림은 리앙의 작품이다. 왜일까? 그림을 보고 조지훈 시인의 '승무'가 떠오른 것은... 그림 속 춤사위에서 문득 '승무'를 읽었을 때의 여운이 되살아났다.
Z. S. Liang_Eagle Dancer Potawatomi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