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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Sep 10. 2022

그림, 내리사랑을 표현하다

조부모_야코비데스, 필리


한가위.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이 서로 모이는 명절이면 조부모의 사랑이 더욱 그리워진다. 가슴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을 사랑, 조부모만이 줄 수 있는 그 사랑으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야코비데스는 조부모와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을 그림으로 남겼다. 조부모의 사랑이 애틋한 이유는 그 사랑이 결코 길지 않음에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떠날 그들...


난로가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 앞에 어린 음악대의 콘서트가 열렸다. 합주 소리가 어떨지는 안 들어도 알 것 같다. 아아아! 할머니! 이 장난꾸러기 손주들에게 할머니도 장난스레 두 귀를 양손으로 막는 과장된 몸짓으로 아이들의 장단을 맞춰주신다. 데굴데굴 굴러간 긴 실뭉치처럼 할머니가 그렇게 길고 긴 시간 이 아이들과 함께 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Georgios Jakobides_Children's Concert (1890)


미소 가득 무릎에 앉힌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얼굴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빛나고 아름답다. 아이가 늘 이렇게 얌전하기만 한다면 그들의 무릎과 허리가 조금은 덜 쑤시겠지만 아이가 어찌 그러랴. 언제 얌전했었냐는 듯 울고불고 온갖 투정을 부려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언제나 아이를 가슴으로 품어주신다.


 Grandma's Favourite (1893) / The Favorite (1890)


 Naughty Grandson (1884) / Combing the Grandchild (1886)


모든 것이 아기에겐 처음이다. 첫걸음마 그 환희의 순간에 곁을 지키고 기뻐해 줄 이. 아기를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체력과 인내심, 희생이 따르지만 그들은 언제나 이 모든 것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 사랑을 갚을 수만 있다면... 갚을 수 없는 사랑이기에 조부모의 사랑이 더욱 고귀하고 숭고한 것은 아닐까?


First Steps (1889)


'She, the power, the life' 제목과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주는 아래 그림은 이탈리아의 음악가이자 화가인 필리의 작품으로 1976년생 현존하는 아티스트다. 굽은 허리와 평생 쉬지 않았을 손가락 마디마디 관절들이 그녀의 삶을 말없이 보여준다. 본인을 위해서는 어느 한순간 그 무엇도 하지 않았을 세상 모든 할머니들의 애달픔을 그림으로 엿본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쿵 내려앉는다. '애달프다 하지 마라. 한 세상 너희들로 인해 충분히 기쁘고 찬란했단다.' 끝끝내 자손들의 행복과 안위만 생각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Ivan Pili_She, the power, the life (2017)



[어린이들의 콘서트] : Art Forever

[할머니의 최애] : LA PUREZA DEL ALMA

※ [최애] : LA PUREZA DEL ALMA

[말썽꾸러기 손주] : Belle Epoq

※ [손주 머리 빗기기] : Art Forever

※ [첫걸음마] : Arte Bellezza Conoscenza

※ [그녀, 힘, 삶] : Un viaje a través de la Historia del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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