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서양 회화)은 아주 오랜 시간 종교의 틀에 갇혀있거나, 권력과 돈을 가진 왕족 혹은 귀족의 전유물이었기에 대부분의 작품들이 종교화나 가진 자들의 초상화였다. 간혹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배경의 소재로 등장하긴 했지만 그저 종교나 신화, 귀족들의 업적을 빛나게 할 조연이자 장치일 뿐 핵심 주제가 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화가들은 인간의 내면, 혹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 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 대부분이 평범한 서민 계층이었기 때문이다.
Pieter Bruegel the Elder_Children's Games (1560)
자신과 이웃의 삶을 그리고 싶은 욕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록 가진 것 없지만, 화가들은 그 보잘것없는 삶을 다시금 살펴보고 현실적이면서 인간미 넘치는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그렸고, 이런 그림을 장르화(genre painting)라고 한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에 의해 설화나 우화, 풍속, 속담, 격언과 같은 도덕적이거나 해학적인 그림들로 시작된 장르화는 점점 평범한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그리면서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이들의 처지를 호소하며 기록하는데 이르렀다.
아름다움의 미학은 예술의 기본적인 바탕이겠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또한 예술의 작용이 아닐까? 모든 존재는 귀하며보잘것없는 생이란 없다. 소외되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화폭에 담아 용기와 희망을 건네는 '그림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Pieter Bruegel the Elder_The Dutch Proverbs (1559)